다주택자들이 공공의 적(敵)으로 몰리고 있다. 청와대는 물론 정치인, 경제관련 장관들이 연일 다주택자에게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금융기관은 대출 규제로 다주택자들을 코너에 몰아 넣었다. 여론도 다주택자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양상이다. 

다주택자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꾼으로 몰아 가거나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수입을 올리면서 세금을 내지 않거나, 단기 양도차익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에 메스를 대는 것은 마땅하다. 다주택자 문제를 방치하고 제도적 틀(통계)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무조건 이들을 비난하기 전에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지 마녀사냥하듯 해서는 시장이 혼란스러워진다.

다주택자에 접근할 때 주의할 점은 두 가지다. 먼저 다주택자 유형을 꼼꼼히 따진 뒤 규제를 들이대야 한다. 한 언론에서 현직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을 두 채 보유한 다주택자라고 공개했다. 장관 본인 소유의 아파트 한 채와 경기도 외곽에 남편 명의의 단독주택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법에서 말하는 다주택자임에 틀림없다. 취득 과정이나 목적을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장관의 주택 보유는 투기 목적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필자의 경우를 보자. 서울에서 맞벌이 부부 생활 26년째다. 월세, 전셋집을 전전하면서 10번 넘게 이사를 했다. 겨우 수도권에 소형 아파트를 마련한 뒤 서울 변두리를 거쳐 3년 전 경기도 분당 판교에 국민주택규모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해 보유하고 있는 게 전부다. 이마저도 은행 빛이 집값의 절반도 넘지만 말이다. 

그런데 20여 년 전 부친 사망으로 시골 농촌주택 한 채를 상속받았다. 시골집은 어머니가 살고 계시니 그동안 잊고 있던 집이다. 재산세를 낼 때만 내가 집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뿐, 요즘 말하는 다주택자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사정이 생겨 내년 4월 이후 판교 아파트를 처분해 양도차익이 생긴다면 투기와 전혀 관련 없이 양도세를 무겁게 내야 한다. 단순 주택보유현황만 보고 모든 다주택자에게 같은 칼을 들이대면 안 된다는 말이다. 다주택 유형을 세심하게 구분해 적용해야 선의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강화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시장이 얼어붙을 것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념적으로 시장주의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주택 보유 자체를 죄악시해서는 안 된다. 임대수입에 대한 적절한 세금을 거둬들이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그동안 정부는 주택 임대소득에 매우 관대했다. 제도권에 들어온 임대사업자 말고는 민간 임대사업자 통계가 사실상 전무하다. 

반면 주택 보유현황은 개인별·세대별로 명확한 통계가 잡힌다. 그래서 보유세 부과는 쉽다. 냉철하게 따져보자. 주택을 보유하는 동안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임대소득이다.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고 사실상 주택 임대사업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공평과세와도 같은 맥락이다. /류찬희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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