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철도관사마을’

관사 152채중 60채 그대로
박물관 철도문화체험 다양

홀로 떠나는 기차여행은 분명 호사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오늘 하루 산적한 일과 운전대에서 나를 해방시켜 훌쩍 기차에 몸을 싣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전남 순천시에 위치한 철도관사마을이다. 순천 철도관사마을은 1936년, 순천철도사무소 직원들을 위해 조성한 주거 단지다. 당시 마을에는 152채의 관사가 있었으나 현재는 약 60가구만이 남아 있다.

순천역에 도착해 광장으로 나가 우측으로 300여m 가면 ‘철도시설공단 호남지역본부’가 나오고, 거기서 우측으로 꺾어 육교에 올라 철길을 건너면 철도관사마을 입구다. 마을 앞 체육공원을 지나니 철도 분위기 물씬 풍기는 건물을 만난다. 철도마을 탐방의 출발점인 철도마을박물관과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카페 ‘기적소리’다. 카페 앞에는 간단한 마을 안내판과 지도가 있다.
먼저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죽도봉으로 향한다. 마을 서쪽을 감싸고 있는 죽도봉에 작은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카페 기적소리 옆으로 난 마을의 중심도로를 따라가다가 수정아파트에 이르러 좌측으로 들어서면 숲 산책로가 나온다. 150m 남짓의 짧은 포장길이지만 숲이 우거져 제법 운치가 있다.

죽도봉으로 가면서 마을의 이곳저곳을 훑어본다. 철도 가족의 옛 사진으로 장식한 벽화는 왠지 보고만 있어도 아련하고 짠하다. 바둑판처럼 잘 구획된 택지 안에 단층으로 지어진 일본풍 가옥들이 들어서 있다. 그중 새롭게 리모델링한 주택도 있지만 건축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가옥도 적지 않다. 관사 가옥의 변천사나 일본식 가옥과 우리나라 단독주택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철도마을을 즐기는 소소한 재미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마을 구조와 확연히 다른 이색적인 마을 풍경과 일본식 가옥의 모습이 포인트다.

죽도봉에서 내려와 다시 마을 초입 철도마을박물관으로 돌아온다. 철도마을박물관의 관람 포인트는 거창한 철도의 역사보다는 간단한 철도 문화 체험과 추억의 디테일을 되살리는 데 있다. 은하철도 999를 떠올리게 하는 승무원 모자와 승무원 재킷을 입어볼 수 있고, 종이기차 접기도 할 수 있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승차권을 보고 있자니 그때 그 시절 철도원 아저씨가 개찰구에서 ‘딸깍’ 소리를 내며 승차권에 작은 홈을 내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철도마을박물관에서는 꼭 만날 사람이 있다. 철도마을의 지킴이이자 마을 해설사로 활동 중인 조종철 사무장이다. 마을을 혼자 둘러본 후, 반드시 조종철 사무장과 마을을 다시 한 번 둘러보기를 권한다. 철도공사에 근무했던 전문성을 살려 철도관사마을의 숨은 이야기와 역사적 맥락을 쏙쏙 짚어준다. 카페 기적소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열차 시간을 기다린다. 마을이 순천역과 가까운 덕에 열차시간 15분 전에 출발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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