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 ‘애도’

300여종 꽃들 4계절 돌아가며 만발… 일몰은 또 다른 비경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일상을 날려버릴 방법을 찾고 있다면 가슴이 뻥 뚫리도록 탁 트인 다도해의 절경을 바라볼 수 있는 애도를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잠시의 여유조차 없던 날들 속에서 ‘쉴섬’ 애도를 찾은 건, 어쩌면 운명보다 행운이었다.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애도, 봄이면 온 섬에 향긋한 쑥이 쑥쑥 자라서 쑥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로도 축정항에서 배를 타고 3분이면 도착한다. 마을 굽이굽이 피어난 꽃길이 여행객들을 반긴다. 호젓하게 떠나는 힐링여행에 안성맞춤이다.

애도 선착장에는 갈매기로 꾸며진 무인 탐방비 박스가 있다. ‘힐링파크 쑥섬’의 입장료 5000원은 섬과 주민을 위해 쓰인다. 무인박스 옆에는 애도 탐방 코스 안내도가 친절하게 그려져 있다. 왼쪽 길로 가든 오른쪽 길로 가든 아름다운 애도의 풍광과 사랑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선착장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면, 갈매기 카페를 지나 탐방로로 가는 가파른 언덕길이 나타난다. 햇볕을 가릴 만큼 울창한 난대림 숲길이 영화 속의 밀림을 생각나게 한다. 이어 다도해와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는 3km의 몬당길이 이어진다. 산길을 오르다 해발 80m, 눈앞에 펼쳐지는 해상정원을 만나면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봄부터 겨울까지 갖가지 꽃들이 알록달록 피고 지는 곳, 여기가 애도의 우주정원(별정원, 태양정원, 달정원)이다.

꽃범의 꼬리, 백일홍, 상사화, 칸나, 황화코스모스, 갯패랭이, 매리골드, 천일홍, 과꽃, 은잔화, 낮달맞이, 맨드라미, 문빔, 우단동자, 금계국, 수국, 마타리, 겹삼잎국화, 멜람포디움, 페튜니아 등 그 종류만 해도 300여종이라고 한다.

우주정원뿐만 아니라 마을 내 돌담에 핀 야생화도 예사롭지 않다. 수백년 동안 자리해왔다는 사랑의 돌담길을 지나 우끄터리 쌍우물까지 걸어가면, 200년 혹은 300년을 살아온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무성하게 이어지는 동백길을 만난다. 

쌍우물을 지나 등대까지 올라가면 애도의 비경인 일몰이 기다린다. 일몰 때문에 하룻밤을 묵어간다고 할 만큼 멋진 노을을 감상하는 곳이다. 섬에서 하루 머무른다면 아름다운 별밤은 추가 보너스. 짙은 어둠이 내리면, 검은 융단에 박힌 보석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별자리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애도 탐방 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남짓.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마지막 배 시간을 기억해두는 게 좋다. 애도에서 하룻밤 묵을 예정이라면, 돌게펜션을 예약하면 된다. 애도에는 식당과 마트가 없어 나로도항에서 장을 보거나 식사 준비를 미리 마련해 가야 한다. 나로도 수협에서 싱싱한 횟감을 준비하면 풍성한 바닷가 밥상을 차릴 수 있다.
미리 체험 신청을 하면 숲해설가와 함께 숲 체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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