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매년 10조원, 5년간 50조원의 공적재원을 투입해 전국 500곳에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핵심은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500여개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임기 내에 살려내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갈아엎기식’ 뉴타운·재개발 사업과의 차이점은 지역실정에 맞춘 ‘리모델링’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달 4일 국토교통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담당할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을 출범했다. 이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며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인 세부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사업지역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란 주거환경 악화, 인구감소와 경기침체 등으로 쇠퇴하는 도심지역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개선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재부흥시키는 사업을 말한다. 도시재생사업은 도시가 새롭게 단장되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면서 도심활성화라는 목적은 달성하지만 그동안 생활터전 위에서 살아온 영세한 상가 임차인이나 기존 주민들은 결국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살아 왔던 둥지에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도시재생사업은 ‘경제 활성화·도시경쟁력 강화라는 측면’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 간의 경제적 간극’을 극복하려는 전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2017년 새정부 첫 추경예산안에는 도시재생 관련 지원예산 1014억원이 포함돼 있다. 뉴타운 해제지역 6곳에 대한 주거환경관리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 30곳이 포함되며 이와 별도로 사업 청사진을 그리는 연구용역 30억원이 편성돼 있다. 매년 10조원, 5년간 전국 500곳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약은 이전 정부에서 도시재생에 투입해온 비용이 연간 15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수십 배가 늘어난 수준이다. 그동안 조심스레 진행해 오던 도시재생 사업이 당장 봇물 터지듯 펼쳐지게 될 것이다.

경제 활성화 차원과 지역 간 균등한 발전차원에서 대규모 추진은 환영할만 하다. 다만 임기 내 실적과 속도에 급급하다가 지역내 계층 간, 이웃 지역(지자체) 간의 공공갈등이 유발되거나 선한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이 왜곡될까 염려된다. ‘스피드’ 보다는 ‘슬로우’, ‘소통과 공유’를 통한 차분한 준비로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개선하고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마련했으나 환산보증금이 지역별로 차등이 있고 퇴거보상제도가 미비하다는 등의 이유로 임차인 보호에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안정적으로 성공하려면 도시재생을 계획할 때 도시계획 특례 등으로 저소득층의 주거지와 영세상인의 상업공간을 별도로 확보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또한 그동안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해왔던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단계적으로 제도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지원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앞으로 개발이익에 따른 공공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무엇보다 임대인과 임차인, 공공과 민간, 이웃 지역 간 공동체라는 인식하에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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