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고 싶었습니다 - 철콘 노사협약 이끌어낸 천병조 서울경인철콘협의회장

전국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철근콘크리트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건설근로자노동조합의 조합원 고용 요구, 건설현장 불법행위 신고 등 활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 봄부터 시작된 노조의 중앙교섭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강도였다.

진통 끝에 지난달 25일 업계와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권역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최종 체결했다. 철콘 노사의 협약을 이끌어낸 서울경인철콘협의회 천병조 회장을 만나봤다.

-수도권에선 노조와 협약을 처음 맺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지난 3월2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가 전국의 철콘업체 178개사에 중앙교섭을 요구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평소에도 노조의 활동으로 회사가 적잖은 금전적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을 고민하던 차에 이 기회에 사측도 뭉쳐야 한다고 생각했죠.

처음엔 업체들이 어찌해야 할지 몰라 한 달의 시간을 보냈고, 4월을 넘겨서야 협의체 구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협의회가 구성됐고 4월28일이 되서야 처음 노조와 만났습니다. 이후 업계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노조와 조율하는 과정을 약 반년동안 거쳤습니다.

- 노조측에선 올해 처음으로 전국단위 중앙교섭을 요구했습니다.
▷협의회에선 처음부터 중앙교섭은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대응은 전국단위로 할 수 있지만 협약은 지역별로 맺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하나의 협약서로 전국이 통일될 경우 더 큰 혼란만 초래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었습니다.

- 가장 힘들었던 점은?
▷협의회 회장단 구성에만 보름 이상이 걸리는 등 협의회 구성부터 어려웠습니다. 다들 앞장서서 노조에 맞서면 ‘우리 회사가 노조의 타겟이 된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는 전문건설사들이 그동안 노조활동으로 적잖은 손해를 봤으면서도 그 조직과 협상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했습니다. 전문 노무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협의회 구성원들에게 협상과정과 내용을 일일이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 이번 문제는 일단락 됐지만 ‘해결됐다’는 분위기는 아닌 거 같습니다.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임금 격차가 줄었기 때문에 근로자의 노조가입이 늘어나고, 불법 외국인 근로자는 정부의 단속을 피하려 노조에 가입하려 할 것입니다. 또 내년에는 전기·설비 업종 등으로 노조활동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양대노총은 계속해 자신들의 조합원 고용을 요구할 것이고, 건설현장에선 외국인 불법인력 고용에 따른 당국의 단속과 양대 노총 사이에서 전문건설의 경영난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조는 노조원의 생산성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주길 바랍니다. 사측이 일 잘하는 근로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있는데 유독 노조원에게 덜 주고 싶어 하는 이유를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또 업계와 정부는 건설현장에 내국인 근로자가 늘어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론 건설업계에도 병역특례 제도를 도입하고 건설마이스터고교를 대폭 늘리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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