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만 소장의 하도급분쟁 해법 (9)

A회사의 사장이 모처럼 연락이 왔다. 부산에 있는 터라 만나기도 어렵지만 서울에 오더라도 항상 바빠서 그냥 부산으로 내려가곤 했다. 이번에는 나를 꼭 만나야 한다고 하기에 무슨 일이 있구나 했다. 그는 그간 사업을 하면서 원청인 B회사에게 당한 일들을 줄줄이 풀어놨다. 지난 10년 동안 당한 불공정한 일들을 열거했다. 그간 못 받은 대금을 정리한 문서를 보여줬다. B사는 방송광고도 자주하는 유명한 브랜드를 가진 대기업이다. 유명세와 달리 B기업과 거래하는 많은 협력사들이 부당한 대금 감액, 하도급대금 미지급, 위탁취소 등의 불공정거래를 당하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예를 들면 하도급계약 체결 후 이런저런 일을 추가로 시키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든가, 현장소장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베푼다든지, 협력사 사장을 과장이나 대리들이 무시하는 등 너무 하대한다고 했다. 이 업체도 거래를 계속해야 했기에 참고 왔으나 지난 5월에 거래를 단절하면서 그간의 행위를 정리했다. 지난 10년간 있었던 일들을 공문 등 문서로 잘 정리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하도급법의 3년이라는 소멸시효에 대부분 걸려서 공정위에 신고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는 사건은 ‘거래종료일로부터 3년’이다. 거래종료일이란 납품 후 검수완료시점이다. 만약에 2017년 9월에 신고하려면 적어도 2014년 10월 이후의 거래행위만 신고할 수 있다. 상담한 사건 중에 이런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이 더러 있다. 통상적으로 거래를 오래하다가 거래를 단절하는 시점에 신고를 하는데 그러다보면 소멸시효에 걸리는 내용들이 많다. 하도급업체들이 불공정한 일을 당하고도 다음에 신고할거야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래 종료일부터 3년이 지나면 신고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공정위에서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사업주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 소송제를 도입한다고 했다. 이참에 공정위에서는 이런 하도급거래의 속성을 감안해서 소멸시효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것도 검토하면 좋겠다. 공정위에서 각종 불공정행위에 대해 칼을 들이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내용이 소멸시효 3년에 걸리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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