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시행중인 터널공사에서 터널보강(강관다단그라우팅) 세부공정의 기본 소요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임의로 재료를 투입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최경환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을)이 도공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강관다단그라우팅 공법’이 적용되는 37개 현장 중 미착공 현장을 제외한 31개 현장에서 ‘실링·고결’ 공정의 적정시간인 24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굳어지는 시간이 필요한 설계서 상의 벤토나이트와 시멘트를 혼합한 실링재를 사용하지 않고 7~15분이면 굳어지는 규산과 시멘트를 혼합한 주입재를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도공은 31개 현장 중 27개 현장에서 벤토나이트와 시멘트를 혼합해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주입량을 기록한 유량기록지를 확인해 본 결과 많은 현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최 의원은 밝혔다.

유량기록지에는 벤토나이트의 사용기록이 없거나 일부 공정이 생략돼 있었다. 특히 밀양∼울산 구간 웅천2터널 등 3곳은 규산과 시멘트를 혼합한 주입재를 사용했으며, 1곳은 아예 시멘트만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터널보강 ‘강관다단그라우팅’은 터널 시공중 발파 충격에 의해 암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고 연약지반과 같은 굴착면의 안정, 상부 암반의 틈과 지하수 등에 의한 붕괴방지를 위해 우산 모양으로 강관을 삽입해 구조적인 보강을 하는 시공 공법을 말한다.

지난해 국무조정실 부패척결단 감사에서 같은 공정상 문제점을 지적받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새로 마련한 교육자료를 보면 ‘실링·고결’ 주입재(실링재)가 충분히 팽창해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24시간이 소요되며, 실링재 등 주입재를 벤토나이트에서 규산으로 대체할 경우 실링 부위가 조기 경화돼 그라우팅(시멘트 풀 주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9월 경북 봉화군 국도 36호선 확장공사 광비1터널 내부에서 터널 천공 작업 중 붕괴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한 바 있다.

최 의원은 “관리책임이 있는 도로공사가 세부공정에 대한 정확한 기준도 마련하지 않아 시공사들의 부실시공을 방치한 의혹이 발견됐다”며 “국정감사에서 터널공사의 부실시공 문제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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