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청춘발산마을’

1970년대 취업 위해 전국 청춘 집결
예술·추억 옷 입혀 시간여행 명소로 

새벽 문 열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빛고을 광주 서구에 위치한 청춘발산마을이다. 이곳으로 가는 이유는 한 가지다. 잊고 살았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 한편의 아스라한 추억을 만나고 싶어서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 남은 풍경, 시간의 추억을 불러다 줄 정겨웠던 골목이 그립다. 발산마을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 슬레이트 지붕과 초가지붕이 눈에 띄는 광주의 대표적인 달동네 중 하나였다.

1970년 당시 전국 청춘들이 일자리를 찾아 발산마을로 몰려들었다. 마을 앞에 전남방직(현 전방) 등 방직공장이 있어서였다. 가진 것 없던 사람들은 싼값에 셋방을 얻어야 했고, 그러자니 자연스레 언덕 위로 올라갔다.

방직산업의 쇠퇴와 함께 여공들로 북적이던 발산마을도 서서히 쇠락해 갔다. 사람들이 하나둘 정든 동네를 떠나가며 빈집은 늘어가고 동네는 황폐화됐다. 이러한 발산마을은 현재 2015~2018년 도시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통해 청춘발산마을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청춘발산마을 입구, 길게 늘어선 골목이 예쁘게 단장한 모습이 눈에 띈다. 샘물경로당 벽에 발산마을의 정체성을 가장 잘 알려주는 글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방직공장 여공들과 타향살이 청춘들이 꿈을 꾸던 곳. 하루하루 서로를 의지하며 부대꼈던 공중의 둥지였던 발산마을에 새로운 둥지를 틀 청춘들이 마을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곳곳에 적혀 있는 글은 낙서로 치부할 존재가 아니다. 그것을 읽고 마음에 담는 일은 청춘발산마을을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다. 짧은 문장 속에는 일상에서 전하는 소중한 감성이 담겨 있다.
108계단은 가장 핫한 장소다. 달동네로 진입하는 출입문 같던 곳이 과거의 모습을 지우고 형형색색의 페인트와 벽화로 치장했다. 과거에는 방직공장 여공과 청춘들이 별을 보며 출근하고 별을 보며 퇴근하면서 계단을 오르내렸다. 지금은 예술과 젊음이 더해져 예쁘게 변모했다. 덕분에 108계단은 현대의 청춘들에게 ‘사진촬영 명소 1호’로 불린다.

108계단을 올라서서 전망대로 가는 길.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공간이 펼쳐진다. 리어카 한 대 지나기도 벅찬 좁은 골목이 거미줄처럼 펼쳐지고, 손바닥만 한 텃밭도 있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담벼락도 보인다. 여기에 눈에 띄는 건 희망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분칠한 건물들이다. 청춘발산마을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언덕 꼭대기 전망대. 몇몇 조형물이 서 있긴 하지만 눈길이 가는 건 청춘발산마을 풍경이다. 마을 뒤로 세련된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근대와 현대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지니 새삼 이곳이 낙후된 동네라는 걸 느낀다. 그래도 유년시절 추억 속에 자리한 골목과 동네를 찾은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은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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