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간접자본(SOC)투자가 곧 국민 복지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도로와 철도이다. 국민 편익과 안전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SOC 투자 정상화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교통혼잡비용은 총 33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SOC 축소가 국민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교통혼잡비용은 정부가 도로보급률과 철도밀도를 높이기 위해 여전히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이 불편을 느낀다면 바로잡는 게 정부의 역할이자 책무이며, 그게 바로 올바른 복지정책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내년 SOC예산을 올해보다 4조4000억원(20%) 삭감하면서 도로와 철도 건설 사업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예산이 절반 이상 삭감되면서 사업자체가 멈칫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조선비즈닷컴이 2018년 예산안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00여개 도로와 철도 관련 사업 중 올해보다 내년 예산이 삭감된 사업은 전체의 68% 정도를 차지했다. 10개 사업 중 7개가 예산이 줄어든 것이다. 예산이 절반이상 대폭 삭감된 사업도 64개나 됐다. 도로·철도 건설 사업의 특성상 공사 진척상황에 따라 예산이 줄어들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첫번째 예산안에서 유독 SOC예산만 대폭 삭감된 것은 이 정부의 퍼주기 복지에 건설 산업이 애꿎은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즉, 지속가능이 관건인 복지정책에서 오히려 지속가능 SOC 복지가 일회성 나눠주기 복지에 재원을 빼앗기는 셈이 돼버린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1일 평균 통근시간은 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인 29분보다 2배나 길었다. 또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 수준을 기록했던 시기의 주요선진국들과 비교한 결과 인구 1000명당 도로와 철도 연장이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경이니 33조원이 넘는 교통혼잡비용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17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울의 미래성장 동력이 불투명하다”고 질타했다. 서울의 올해 예산에서 사회복지예산이 SOC예산의 6배에 달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회복지예산이 대부분 현재의 만족을 위한 일회성 지출로 흐르는 반면, SOC투자는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 투자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국가의 복지정책은 재원마련과 지속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쪽 방향의 복지를 위해 저쪽 방향의 복지를 희생해서도 안된다. 요즘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지속가능 복지를 희생시키고 일회·선심성 복지만 챙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미래세대에게 막대한 부담만 물려주는 잘못을 저지르는 짓이다. 정부정책은 균형과 형평성의 묘를 살릴 때 발전도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다. 치우치면 오래가지도, 바르지도 못한 결과만 낳을 뿐이다. 되돌리려고 할 땐 이미 늦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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