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벌써 두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투기지역 지정, 금융규제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이 골자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지난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내년 하반기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DSR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 시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한다. 결국 연소득 에 비해 부채가 많을수록 추가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과연 부동산 규제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규제정책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잠시 접어두자. 하지만 만약 집값을 낮춘다고 한들,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중과세할 테니 내년이 오기 전에 집을 팔 것을 종용했다. 그런데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다. 김현미 장관도 다주택자의 퇴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지만,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되돌리지 않는 한 거래절벽은 피할 수 없다.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월대비 43.7% 감소했다. 

부동산 대책이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정부에 따르면 규제대상은 다주택자와 투기자이고, 혜택을 보는 대상은 서민이어야 한다. 하지만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고, 서민의 자기 집 장만만 어렵게 하는 것이 이번 부동산 대책의 실체이다.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은 이번 대책에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양도세를 중과세할 경우 집을 팔지 않고 월세로 돌리면 그만이다. 보유세 인상은 쉽지 않겠지만, 실제로 단행된다고 해도 주택 보유자는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 그만이다. 이로 인해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실거주비용이 상승해 서민의 고통만 커질 뿐이다. 

또, 다주택 규제 강화 역시 토지나 수익성 부동산 같은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정책을 회피할 수 있다. 실제로 8월 전국의 상가나 오피스 등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4.7% 증가했고, 6월 이후 역대 최다 거래량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반면 정책의 혜택 대상이어야 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어려워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금융규제 때문이다. 담보인정비율(LTV) 강화는 대출을 자산에 연동하는 것으로 자산이 적은 사람에게,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는 대출을 소득에 연계시키는 것으로 저소득자에게 불리하다. DSR 도입은 대출을 부채에 연계하는 것으로 다중채무자를 어렵게 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6억3000만원이다. LTV 40%가 적용되면 실수요자는 주택가격의 60%인 3억8000만원가량을 현금으로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순자산 보유액 4분위 가구(상위 20~40%)의 평균 자산이 3억2000만원인데, 서민 중 그런 능력을 갖춘 이가 몇 명이나 될까? 실수요자의 LTV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자산가격 하락을 대비한 보험상품 개발 등이 더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실패한 노무현 정부 부동산 대책 시즌2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부 역시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집값 안정을 도모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을 가장 많이 올려놓았던 것이 노무현 정부였다. 정책은 선의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른정당 의원(서울 강남구갑, 기획재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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