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의 시대가 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미국을 쫓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유동성 축소의 기운이 우리 주변에 서서히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저금리·유동성의 ‘값싼 돈’시대를 살아온 우리는 ‘비싼 돈’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모든 경제주체들의 고통 감수가 당연한 시절이 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이에 맞춰 지난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다주택자나 아파트 집단대출의 고삐를 죄 가계부채 증가율을 연간 8% 아래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금리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구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도입된다. 규제 강도가 더 높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의 적용 시기도 당초 2019년 이후에서 내년 하반기로 앞당겨진다.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자기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 사람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 가계부채는 2014년까지만 해도 증가율이 그리 높지 않았다. 2005∼2014년의 연평균 증가율은 8.2%로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4년 말 1025조원이던 가계부채가 2015년 말 1138조원(11.02%), 2016년 말 1269조원(11.5%)으로 증가했고 2017년 8월 말 현재는 1406조원으로, 8개월 사이에 10.08% 늘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터질 지경에 이른 가계부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스럽다.

긴축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미 올해만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고 연내 또 한 번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가 이미 긴축기로 들어서고 있다. 우리의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군불을 피우고 있을 뿐인데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가 꾸준히 올라 5%를 돌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긴축은 실물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게 분명하다. 가계와 기업이 느끼는 고통의 강도는 클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좀처럼 회복세가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내수회복이 더뎌지고, 그동안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했던 건설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대폭 축소가 보태지면 더 이상 우리 경제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동성의 잔치가 끝나고 긴축의 고통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 정부는 전방위 충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붕괴와 가계부채 대책 등에 따른 부동산·건설 시장의 붕괴는 자칫 경제 전반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 퍼주기 복지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선순환의 투자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해 경기가 억제되는 것은 꼭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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