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기술적 문제의 복잡성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이와 동반하는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발전 단계상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기초원천, 응용기술에서 사업화로의 장벽을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는 정부나 기업의 관심사이다. 해법을 찾아보기 위해서는 연구자와 엔지니어의 역할적인 관점에서 이 부분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까지 사회적 관점에서 엔지니어와 연구자는 둘 다 지식을 진전시키고 자연현상과 활용에 있어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렇지만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R. Putnam)은 ‘사회적 자본’ 개념을 제시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망의 크기를 사회적 자본이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사회 내에 사회관계망이 쪼그라들면서 그 자본이 점차 감소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 주장을 묶어 낸 책이 ‘나 홀로 볼링’이다. 사회적 자본을 챙겨줄 하부구조 중 하나인 마을 내 볼링장이 점차 사라질 뿐 아니라 혼자서 볼링을 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책에서 밝힌다. 가족, 이웃, 친구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가 사라지니, 그런 시간도 줄고 자연히 사회적 자본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논
건설경기가 심상치 않다. 연일 건설업 ‘4월 위기설’이 보도되고, 이에 정부 당국은 이를 진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건설경기 선행지표와 동행지표 등도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되고 있다. 국책 및 민간연구기관의 올해 건설투자 전망도 어둡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2.5%로 전망되고 있다.수출 증가에 비해 내수 경기 위축으로 잠재 성장률이 2% 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의 하락과 민간부채의 증가로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은 가계의 소비지출을 위축시키고 있다. 민간부채에 대한 대응이 올해 경제성장
미국 연준의 금리 경로는 비교적 확실해졌다. 첫 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대략적으로 6월 전후가 예상된다. 이번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점도표를 보면 연준 내 시각은 올해 중 세 번의 인하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상황 변화에 따라 세 번이 안 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연준 내 인사들의 시각은 세 번이다.앞으로 6번의 FOMC(5월, 6월, 7월, 9월, 11월, 12월)가 남아있는데, 시장에서는 5월 인하 가능성은 일단 낮게 보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경험상 인하를 연달아 두 번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지난 3년 전 세계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로 큰 시련을 겪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인류 생활과 일하는 패턴을 변화시켜 사회를 다른 모습이 되게 만들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치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장과 산업을 어렵게 만들었다. 갑자기 폭발한 생성형 AI가 산업과 기술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고유기술이 독자 생존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빠르다. 우리 사회와 건설은 다른 국가와 달리 변화의 범위가 너무 큰 것 같다. 긍정보다 부정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최근 건설공사 중단사태가 이어지고 있다.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 건설공사가 공사비 문제로 중단됐다. 공동캠퍼스 현장은 지난해 10월 열흘간 공사 중단 후 발주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 대보건설이 협의체를 구성, 연내 적정공사비에 대해 원만한 합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공사가 재개됐다. 하지만 그간 협상에 진척이 없어 다시 중단됐다. 그간 민간사업의 경우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22년 6개월간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이 중단됐고, 지난 1월1일에는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가 전면 중
시인 김지하의 본명은 김영일이다. 그는 어느 날 술을 마시고 길을 걷다 상점 간판마다 작게 ‘지하’라고 써진 걸 발견했고, 자신의 필명을 ‘지하’로 정했다고 한다. 시인다운 통찰이다. 한국은 지하를 지향한다. 주한미국 대사관 문관을 지낸 그레고리 핸더슨은 ‘서울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최대도시가 아니라 곧 한국’이라고 썼다. 서울은 지하를 지향한다. 세상에서 서울처럼 지하철이 촘촘하게 깔린 도시는 없을 것이다. 지하상가, 지하주차장, 지하도 등 지하로 내려가는 한국은 좁은 영토를 반영한다.총선을 앞두고 온 나라 구석구석이 ‘인기몰이’
건설, 건축 행위는 원래 현재 지향적 실천이었다. 당장 비바람을 피하는 집을 지어야 하고, 빠르게 이동하는 길을 챙겨내는 현재적 실천이었다. 현재의 편의를 도모해주는 실천이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런 실천에 머물러 있지 않다.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의 틈입으로 건축이나 건설 실천의 가치는 현저하게 바뀌었다. 집을 사는 일은 몸을 뉠 곳을 구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교환가치를 충분히 감안하는 실천이 됐다. 아니 오히려 미래의 교환가치를 더 챙기는 미래적 실천으로 바뀌어 갔다.미래적 실천으로 바뀐 후 건설, 건축 행위가 대중들
요즈음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사단체와 정부 간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정부는 이번에는 기필코 증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측 의견은 의대 증원에 대해 이해당사인 의사와 진지한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에, 정부는 대학의 의사 인력 수요와 OECD 국가의 천인당 의사수와 관련 연구보고서 등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해 내년부터 5년간 매년 2000명 수준의 의사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다만 필수의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인력
건설업은 한국 경제의 역사와 같이한다. 어찌 보면 경제 발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건설경기가 침체되고 건설업의 불황이 장기화되면 여기저기서 토건공화국이라고 건설업을 폄훼하곤 한다. 그럼에도 건설업의 국민경제적 위상은 굳건하다. 2022년 기준 건설업 부가가치(명목)는 335조818억원으로 GDP의 15.5%나 차지하고 있다.최근의 예를 들면 2016년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경제성장률이 2.9%를 기록했는데, 이 중에서 건설투자의 기여도가 1.4%포인트였다. 즉 전체 경제 성장의 절반을 건설투자가 담당할 정도로
금년을 세계 선거의 해로 보는 이유가 있다. 70여 국가에서 42억명이 선거에 참여한다. 얼마 전 대만 선거에서 서방의 지지를 받는 민진당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는 물론 미국과 서방 각국의 관심을 받았던 선거였다. 우리도 4월에 제22대 총선을 치른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로, 출마자는 물론 여당과 야당 모두 선심 경쟁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 막무가내로 쏟아내는 공약(公約)은 상당수가 선거가 끝나면 공약(空約), 즉 허언으로 귀결되는 것을 숱하게 보아왔다. 출마자들이 내놓는 공약 상당수는 각종 인프라(사회
경험지식 또는 암묵지식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적으로 체화돼 있으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을 일컫는다. 업무나 일상을 통해 체득하게 되는 경험과 기술, 문제해결 능력 등이 이에 해당한다. 관련 업무를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완수하고 해결하는 능력은 오랜 기간 훈련과 시행착오 끝에 쌓아 올린 경험지식 덕분이며, 이를 통한 전문성은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는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개개인별로 노하우를 축적하게 되고 현업에서의 전문성을 보유하게 된다. ‘엔지니어링 노하우’
갑진년 새해가 시작되자 국내 건설기업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방침을 발표했다.“지난해 고금리 장기화와 연이은 전쟁 발발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부동산시장 위축과 건설원가 상승도 계속돼 어려운 경영여건에 놓여 있으므로 올해는 강건한 현금흐름이 경영의 중심이 돼야 한다.”“건설업 전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역량 강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도전의 지속, 업무방식 변화 및 경영시스템 개선, 안전과 품질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디지털혁신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하고, 기술력을 바탕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유동성 문제 때문이다. 지금 유동성 문제의 한복판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있다. 위기 타개를 위해 건설사들은 고육책을 내놓는 중이다.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고금리가 지목된다. 지금 세계적으로 ‘뉴노멀’이 고금리다. 이 와중에 건설업 위기의 원인을 고금리로 한정하면 너무 일반적이다. 핵심 원인은 한국 건설산업의 특수성에 있다. 한국의 아파트 사업은 밑천 들이지 않는 장사다. PF 덕분이다. 원래
다시 새해를 맞았다. 덕담을 담아 서로 기운을 돋우는 인사가 오간다. 하지만 새해 분위기는 그리 밝지가 않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흥을 전해 받는다는 느낌을 경험하기 어렵다. 집에 이르는 골목길에 좌우한 가게들은 썰렁하다 못해 가여운 꼴을 하고 있다. 뉴스에 등장해 경제 전망을 전하는 전문가들은 불경기를 예언하며 계면쩍어한다. 경제부총리는 ‘상저하고’의 실마리도 보여주지 않고선 총선 출마한다며 내뺐다.2024년의 여러 경제 지표와 징후로 보아 한 해 경제 전망은 우울하다. 그 우울함을 잘 챙겨보면 한국 사회 내 경제적 사안은 사회적
저출산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화두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 및 정책효과 분석’에서 저출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도시집중’과 ‘주택가격의 상승’을 꼽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도시집중의 완화와 주택가격이 2015년 수준으로 환원될 경우 합계출산율이 1.6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면 2050년에 우리나라 인구는 3000만명으로 축소된다는 섬뜩한 경고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9년 이후 계속 하락해 2023년 2분기에는 0.70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해서 민간연구기관에서는 약 1.2% 내외, 정부에서는 1.4%로 1%대를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 역사상 1960년 이후로 경제성장률이 2% 미만에 머물렀던 해는 대규모의 경제위기가 있었던 1980년(-5.1%) 1998년(-1.6%) 2009년(0.8%) 2020년(-1.7%) 등 네 번뿐이었다.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섯 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초저성장의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위축으로 우리 수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됐고, 고금리·고물가로 소비와 투자의 내수 시장이 활력
건설 중 민간아파트 붕괴로 근로자 사망사고, 공공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에 대한 사후 대책이 여러 갈래로 진행 중이다. 국회는 경쟁적으로 의원 처벌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해당 사고를 발주기관의 전관예우로 보고 얼룩진 입찰카르텔 근절과 산업의 시스템 혁신을 담은 정상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 한다. 공공아파트 발주기관의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사업자 선정권한, 즉 발주와 입·낙찰 역할을 조달청에 전권을 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기존 계약 파기는 물론 전관을 고용한 사업자에게 입찰 시 감점을 주는 방안도 도입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정부는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극강의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사망사고를 내면 고용주까지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서 감리자에게 부여된 공사중지 명령권을 강화해 이를 의무화하겠다는 개정안도 나왔다. 특히 공사중지 명령권은 건설기술진흥법의 전신인 건설기술관리법 제28조에 1994년 처음 등장한 이래로 여러 번의 개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건설기술진흥법 40조 공사중지 명령권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건설사업자가 건설공사의 설계도서 및 시방서의 내용과 다르게 시공하거나 안전관리 의무
요즘 ‘메가 시티’가 화두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서울권 편입이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순망치한’ 즉, 이와 입술 관계이다. 전략적 보완 관계라는 뜻이다. 서울 때문에 수도권이 성장했고, 수도권 때문에 서울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지역별로 서로 기능이 다르기에 같은 도시 권역으로 묶여도 나쁠 게 없다. 좋을 건 있다. 바로 도시규모가 커져 나타나는 이익 즉, ‘집적이익’이다. 행정구역 조정 여부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선택일 것이다. 지금 메가 시티 논란은 ‘몰림과 쏠림’ 현상 때문이다. ‘몰림과 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