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과세, 존경 과세, 새발피(새발의 피) 증세, 눈가웅(눈가리고 아웅하는) 증세….이런 말장난이 또 있을까. 증세에 네이밍을 한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정치권 지도자들의 작명 센스도 참 그렇다 싶다. ‘초대기업’, ‘초고소득자’란 생소한 레벨이 우리 사회에 존재했음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증세. 필요하다. 그 많은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려면 당연히 많은 돈이 필요한데, 나라 사정도 소시민의 주머니 사정과 마찬가지로 돈 나올 데가 뻔하기 때문이다. 소득의 재분배라는 명분도 있다.그런데 이번 증세는 좀 이상해 보인다
최저임금이 논란이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지난 15일 확정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 올해보다 16.4% 올랐다. 예년 평균 상승률 7.4%의 배가 넘는다. 내년에도 이정도 상승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시각은 같을 수 없다. 사용자와 직원의 입장이 상반된다. 임금을 주어야 하는 사용자는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다른 여건 변화가 없는데 당장 직원월급만 올려줘서는 회사를 꾸려나가기가 어렵다. 반면 직원들로서는 반갑다. 월급이 인상되면 형편
자영업자가 죽어나가고 있다.자영업자들의 힘든 상황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자영업자는 실제로 죽어나가는 존재다. 주변에 잘 아는 지인의 음식점 사장이 올해 초 경영 악화로 자살했다. 또 다른 지인의 음식점 사장도 집을 담보로 수억원을 은행에서 빌려 가게를 냈으나 장사가 안 돼 몇 달 전 자살로 생을 끝맺었다. 자영업자의 자살 소식이 상반기에 두 건이나 귀에 들려온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많을 수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모든 것을 다 걸고 혼신을 다해 일했어도
정부가 ‘주택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장관들이 한결같이 주택시장 안정을 부르짖고 있다. 주택정책 기조도 공급 위주에서 가수요 억제에 맞춰진다. 동시에 균형을 잃은 세입자의 권익강화에도 무게를 두기로 했다.‘6·19 대책’을 보면 아파트값 폭등과 청약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고민한 흔적이 짙다. 정부의 고민은 여론의 주문대로 강력한 거래 규제 수단을 들이댈 수 없다는 데 있다. 거래를 직접 옥죄는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6·19대책’은
새 정부가 인사는 제대로 할 줄 알았다. 대부분의 국민이 그렇게 기대했을 것이다. 지난 정부의 인사에 대해 ‘참사’, ‘참극’이라고 혹평했던 세력이 집권했으니, 최소한 ‘기본’은 갖췄을 줄 알았으니까.그런데 지금까지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장관 후보자 중 벌써 사퇴한 이가 있고, 야당이 극렬히 반대했지만 법으로 강제할 수 없어 그냥 자리에 앉은 이도 있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의혹과 문제점이 언론에 보도되는 이도 있다. 인재를 가려 뽑는 인사라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쯤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야겠다.그렇다면, 정책 난맥
6·19부동산 대책이 과열되고 있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베일을 벗은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느끼는 의문이다. 시장에서도 “예상됐던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집값이 과열된 곳만 잡는 ‘핀셋처방’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7개월 전 박근혜 정부의 11·3 대책도 ‘핀셋처방’이었다. 당시 전국 37곳을 청약조정지역으로 지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과열을 막지 못했다. 열기는 밖으로 번졌고, 그결과 이번에 3곳이 추가 지정됐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했다지만 40개 청약조정지역에
올해 초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34평(전용면적 85㎡) 아파트를 산 이모씨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잡아 지방에서 상경한 이씨는 10년 가까이 계속 전셋집만 살다 아내와 상의해 큰 맘 먹고 집을 샀다. 깨끗하고 내부 구조도 잘 빠진 새 집에서 아이가 뛰어노는 것을 볼 때면 마냥 흐뭇하기만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집값의 70% 가까이 대출을 낸 이씨는 한 달 원리금 상환에만 150여만원이 나가고 있다. 적은 월급이 아니지만 기본 생활비를 빼고 원리금까지 은행에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다. 이
문재인 대통령이 또 업무지시를 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라는 게 1호 지시였고, 그 이후로 몇 가지 지시가 더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부동산 대책 마련 지시가 떨어질 타이밍처럼 보인다.구두 개입은 벌써 이뤄졌다. 6월5일 문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부동산시장 동향이 의제로 다뤄졌다. 청와대가 가계 빚 증가와 주택시장 불안이 심상치 않게 생각한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전해졌다.이 같은 대통령의 경고 시그널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즈음해 꿈틀대던 부동산 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이 지명되자 국토부는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에 입성하고, 이어 국회의원 뱃지를 단 김 지명자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측근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는 독특한 점이 많다. 우선 국토부 관련 업무는 해본 적이 없고, 건설주택업계나 교통업계, 심지어 학계와도 그닥 인연이 없어 보인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남성미가 가득한 국토부의 첫 여성장관이 된다. 힘은 센데 사정을 봐줄 만한 끈덕지가 없다 보니 국토부에 메스를 대도 단단히 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주변에서 사이다를 마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진짜 사이다를 사 마실 수도 있지만 지금 말한 사이다는 다른 종류다. 예상했을 수도 있겠지만 5월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능력, 혁신과 안정을 겸한 인사에 사이다 마시듯 갈증이 해소돼 기분 좋아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사실 취임 전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 지지자들에게만 속 시원한 편향된 정책을 펼치거나, 안보 현안 대처 때 결단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가 전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 같은 걱정이 모두 기우임이 확실해졌다.특히 선비 같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열흘도 안돼 전 정부에서는 보지 못한 다양한 조치들이 쏟아졌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국정교과서는 폐지하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기간제 교사들은 순직처리하도록 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10년 이상된 낡은 화력발전소는 다음달 한 달간 가동 중지하고 신고리원전 5, 6호기도 건설을 중단한다고 했다.물론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해서 모든 조치들이 일사천리로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갈등은 잘 풀리지 않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파고들다 보면 다양한 난제가 실타래처
새 정부가 들어섰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12번째 대통령으로 문재인이 선택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국정 혼란이 이제는 수습되나 하고 기대가 커지고 있다.마침 좋은 시그널도 읽힌다. 지난 5월3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241.24로 마감했다. 기업 실적 개선과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된 것도 호재였다.경기 회복을 알리는 반가운 신호는 또 있다. 지난 4월 수출이 역대 두 번째로 좋
초봄이 왔는가 싶더니, 며칠 지나지도 않아 땀에 옷이 젖기 시작하는 초여름이 됐다. 이렇게 봄이란 계절은 쉽게, 빨리도 오는데 세계경제의 봄은 오는 속도가 한참 더디기만 하다. 세계경제에 봄이 와 교역량이 늘어나야 수출강국인 대한민국 경제도 살고 서민들의 생활도 웃음꽃을 피울텐데….오랜 기간 고대했던 소망이 실현될 서광이 마침내 비치기 시작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세계 71개 주요 무역국들의 무역액(수출+수입액)이 4조8420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보다 9% 늘었다. 세계 1위 수출국인 중
며칠 전 모임이 있어 세종에서 서울로 갔다. 약속장소는 종로였다. 잘나간다는 경리단길도 아니고, 홍대 앞도 아니고 서촌도 아니고 종로라길래 다소 의아했다. 내 기억 속의 종로는 그닥 대단한 것이 없었다. 좁고 굽은 골목길에는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낡은 처마를 이고 있는 단층건물들은 벌레 몇마리가 기어다녀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무엇보다 10여 년 전에 피맛골이 사라진 뒤로는 통 지나가지 않던 종로였다. 종각역에서 내려 YMCA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뭔 이런데서 약속을 다 잡느냐”며 연신투덜댔다.그런데
우리 국민의 대통령 후보 또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얼마나 될까. 인간적인 신뢰가 아닌 공약과 정책에 대한 신뢰 말이다.당사자는 야속하겠지만 그들의 약속에 대한 믿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동안 겪어본 대통령들이 공약을 말 그대로 ‘빌 공’(空)자 공약처럼 내다 버린 사례를 적잖이 목도했기 때문이다.19대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져 오면서 어김없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식 공약이 쏟아진다. 이런 공약은 그냥 ‘표 구걸하는 쇼’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인가. 어차피 공약은 당선된 뒤에 또 그럴듯한 이유 하나 둘러대고 헌신짝처럼 던져
지난달 13일자 주요 일간지 사회면.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학교에서 학교 측과 학생들의 극한 갈등으로 한바탕 난리가 난 기사가 사진과 함께 실렸다. 학교 측은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발하며 153일째 본관을 점거 중이던 학생 80여 명을 직원 400여 명을 동원해 강제로 끌어내거나 자진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소화기와 소화전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학교 본부 측이 동원한 직원들이 물대포를 쐈다”고 주장한 반면 본부 측은 “학생들이 터트린 소화기 분말을 제거하려 소화전을 이용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이 사태는 시흥캠퍼스
3년 만에 세월호가 인양됐다. 바다 밖으로 나온 세월호의 모습은 처참했다. 진흙투성이에 선체 곳곳은 금이 가고 깨졌다. 선체 겉면에 ‘SEWOL’(세월)이라 적혀 있던 영문은 지워져 흐릿했다. 저 배로 인해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은 아직 수습도 하지 못했다. 세월호의 침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탐욕이다. 무리하게 배를 증축했고,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는 너무 부족했다. 증축을 할수록, 평형수를 뺄수록 짐과 승객을 더 실을 수 있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세월호 2층 화물칸 외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국민 걱정이 커지고 있다. 작년 11·3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내수 시장을 지지하던 주택·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각종 대출규제, 전매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외에 최근 후분양제 의무화, 분양가상한제 확대 법안마저 추진되고 있어서다. 시장이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다.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시장 호조는 저금리 및 택지공급 축소 등에 따른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가격상승에 부담을 느껴 급하게 단기 처방을 했다. 아마도 지역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긴 하겠지만, 큰 틀에서 정부의
지난 11일 오전 7시51분 대전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직통 KTX가 동력장치 고장으로 영종대교 위에서 1시간40분가량 멈췄다. 사고 여파로 공항철도 서울역~인천공항역 하행선 운행도 1시간30분가량 중단됐다. 인천공항 직통 KTX는 공항철도 서울역~인천공항 구간 상·하행선 1개 선로를 공용해 사고가 발생하면 공항철도도 연쇄적으로 지장을 받는다. 사고 열차를 검암역으로 회송한 후 KTX·공항철도 운행이 재개됐지만 피해는 컸다. KTX 승객 57명 중 17명이 예약 시간에 비행기를 타지 못해 코레일과 피해 보상 공방이 예상된
현재 한국외교가 말이 아니다. 그동안 미·중·일 외교를 비교적 잘해왔던 우리나라가 일순간 코너로 몰리고 있다. 샌드위치 코리아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로 중국인들의 반한(反國)시위는 커져가고 소녀상 설치 문제로 인한 일본의 혐한(嫌韓) 분위기 또한 여전하다.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는 ‘퍼스트 아메리카’를 내세우며 한국의 대미흑자를 시비 걸고 있다. 이 정도면 외교력이 빵점이라 할 만하다.주변의 압박을 이겨낼 방법은 내부의 단합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움직임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정부에 대해 냉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