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면
건축·토목·조경은 새 경지 진입
건설 산업은 바뀔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연착륙에는
건설의 변신이 필수적이다”

미국 건축 관련 학과 연합회에서 건설 산업의 미래라는 문건을 내놓았다. 다가올 미래에 대비한 교육을 하자는 취지였다. 대체-재생 에너지, 정보기술의 장착 등 8대 트렌드를 정리한 후 그에 대비할 3대 미래 전략을 담았다. 첫째, 다양한 시장을 확보하라. 둘째, 표현력을 강화한 신상품 아이디어를 제시하라. 셋째, 이종 혹은 관련 기술과 적극적으로 융합하라. 이 세 가지 전략은 ‘바뀌어라, 건설 산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창발적인 아이디어로 건설 산업에 새로운 옷을 입히라는 정언명령 같기도 하다. 

미래를 말하고 그에 대비하기엔 건설 산업 앞에 놓인 난제가 너무 많긴 하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금리 인상, 8·2 부동산 대책 어느 하나 건설 산업에 유리하지 않다. 그런 마당에 환골탈태하라거나 소프트해지면서 미래를 대비하라니. 주문은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정언명령적 주문을 과연 거스를 수 있을까. 미국 학계에서 내놓은 문건이지만 한국 건설 산업도 그 트렌드를 비켜갈 수 없고, 그 전략을 못 본 척할 순 없다.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2016년에 내놓은 ‘건축산업의 미래이슈와 대응전략 연구’도 비슷한 상황 인식을 하고 있었다. 세상이 바뀌니 건설 산업도 신발 끈을 조이자고 권유하고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슬로건이 미래 전망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요즘이다. 과거 ‘창조경제’와 달리 요란하지도 않고, 파행적이지도 않으며 차분히 그 의도한 바대로 성과를 거두길 비는 맘 간절하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각종 위원회가 내놓은 산업 전망을 보면 ‘모호성’이 대세인 듯하다. 과거 분명하던 영역이 상호 침투해 모호한 영역이 탄생한다. 나비효과처럼 도대체 서로 맞닿을 수 없을 것처럼 여겼던 영역끼리 어울려 새로운 모호성을 만든다. 무인 자동차 산업이 건축 산업을 변모시키고, 건축 산업은 IT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포개지는 무한 접변이 벌어진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전망대로 정말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날까.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무인 자동차 시대엔 자동차의 개념이 바뀐다. 운전자 없이 제 혼자 차가 움직이니 주차장을 찾는 노력이 필요 없다. 정교해진 통신망을 이용한 카 셰어링이 보편화될 것은 자명하다. 무엇보다도 자동차의 숫자는 지금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자동차가 준다는 것은 차도가 좁아지고, 주차장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도로와 주차 시설은 공원 등과 같이 휴게 혹은 다용도 공간으로 바뀐다. 운전을 하지 않으니 자동차 안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자동차 안이 업무 공간화되고 이어 사무공간이나 거주공간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자동차를 호출해놓고 기다려야 하는 주민을 위한 대기실이 아파트나 회사 건물마다 필요해지면서 새로운 로비 설치는 당연해진다. 

무인 자동차가 만들 새로운 풍경에서 어느 것 하나 건설 산업과 관련되지 않는 것이 없다. 새롭게 얻은 차도를 어떻게 변경해 보행자 친화적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 아파트의 새로운 구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새로운 로비는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남아도는 주차장은 어떤 시설로 바꾸어서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하는지, 자동차 충전을 위한 설비를 건물에 어떻게 장착시킬지, 새로운 주차장은 어떤 모습을 취할지…. 애초 자동차 대중화 전후로 도시의 풍경이 바뀌었듯이 무인 자동차 전후로 건축, 토목, 조경은 전혀 새로운 경지로 접어들 것이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건설 산업은 바뀌게 마련이고, 새 모습을 준비해야 할 운명에 처한다.   

스스로를 하드웨어 산업으로 자부해온 건설 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변신 명령이다. 현재 처한 조건으로 보더라도 건설업 스스로 변신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정부 내 각종 위원회나 연구소에서 그를 챙기고 그 중요성을 널리 퍼뜨려 건설 산업이 미래에 연착륙하게 돕는 일을 많은 이들이 제안해왔다. 그 제안의 강도가 낮았던 탓일까. 안타깝게도 4차 산업혁명 위원회에 건설 산업 담당 공무원이나 건설인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정부 내에서도 딱히 그를 눈 밝게 챙겨줄 만한 곳도 보이질 않는다. 정언명령은 있으되 그를 준비하고 수행할 주체가 없음을 심각히 여기고 챙겨보길 요청한다.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사물인터넷, 새 산업 연착륙에 건설 산업의 성공적 변신이 필수임을 지나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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