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이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그 잔상은 여전히 선명하다. 지진 당일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일대에서 지각의 흔들림이 느껴졌을 만큼 많은 국민들은 지진 공포를 체험했다. 포항지진은 ‘한반도 전역이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예방이 안전사고의 최선책이란 건 두 말이 필요 없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은 이번 포항 지진이 일깨워 준 교훈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중장기 지진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다. 학교나 관광서 등 여러 곳에 노란색 지진옥외대피소 안내판이 설치되고 늘어난 건 그나마 포항 지진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또 건축물의 내진 설계와 자재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권과 연관된 ‘안전’의 중요성은 줄곧 강조돼 왔다. 특히 건설현장 안전의 중요성은 날로 그 중요성이 더해가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데 문제점이 크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산업의 재해율이 2007년 0.72%에서 2016년 0.49%로 개선되고 있는 반면, 건설업은 2007년 0.66%에서 2016년 0.84%로 오히려 0.18%p 증가했다. 사고 사망자 수는 2008년 당시 612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6년 499명으로 18% 줄어드는데 그쳤다. 또한 우리나라 ‘사고사망만인율’(1만명 당 사고 사망자 비율)은 0.58로 미국(0.36), 독일(0.16) 등 주요국의 2~3배 수준인 것도 산업현장의 안전대책의 시급성을 일러주고 있다.

지난달 18일 경기 평택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또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1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앞서 9일에도 용인시 물류창고 신축공사장에 있는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타워크레인 인명사고는 올해 들어 일곱 번째다.

건설 정책이 ‘양’과 ‘속도’ 중심에서 ‘질’과 ‘안전’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무엇보다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 본 의원이 작년 9월초 국회에서 ‘건설현장안전사고 저감 대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이에 대한 해법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정부, 학계, 산업계, 노동계 등 많은 전문가들로부터의 여러 정책 제안들이 제시됐다. 현재 건설공사의 안전관리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시공자에게 집중된 상황을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 또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처벌수준을 강화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노동계의 건설노동자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지적도 새겨들을 대목이다.

건설업이 융합산업으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맞고 있는 지금이 안전한 산업으로 이미지를 탈바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안전은 공짜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안전은 시간과 비용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안전관리를 위한 적정 산업안전보건 관리비 책정이 필요하다. 또한 안전한 공사수행을 위한 공사 기간이 확보돼야 한다.

끝으로 안전을 최우선하는 사회 문화, 국민 의식을 만들고 정착케 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만 청년들이 취업을 원하는 건설현장, 건설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건설현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환경노동위원회, 비례대표)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