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는 2016년 12월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된 후 1년 이상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이다. 1987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현행 헌법이 30여 년이 지나면서 ‘성장한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되었다는 사실은 여야를 떠나 모두 동의하기 때문이다. 

법률은 물론 그 법률의 하위 규정인 대통령령이나 부령·고시 같은 행정입법의 조문 하나도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최고 상위 법률인 헌법이 개정된다면 당사자들에게 그 파급력은 심대할 것이다. 그래서 지난 1년간 국회 개헌특위에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하는 조직도 적지 않았다. 영장 청구의 주체로 검사를 명기한 헌법 조문의 삭제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 지방분권 확대를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 같은 공공기관 외에도 경제단체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기업 관련 개헌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본 의원이 과문한 탓인지 건설산업계에서 개헌에 대한 특별한 의견을 피력한 것을 보지 못했다. 개헌에 대한 건설산업계의 ‘무관심’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이해가 된다.

첫째, 헌법 개정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학습 효과’ 때문이다. 그동안 몇 차례의 개헌 시도는 불발로 끝났고, 이번에도 당장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둘째, 헌법은 고도로 추상적·규범적이기 때문이다. 셋째, 바꿀 조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다. 

이처럼 ‘개헌 무관심론’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행 헌법의 제35조제3항이나 경제 조항인 제119조부터 127조까지를 둘러싼 개헌 논의에는 건설산업계가 주목할 필요가 있는 논의도 적지 않다. 그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헌법 제35조제3항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해,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주거의 권리를 설정하고, 그 권리 실현을 위한 국가의 노력을 천명했다. 그런데 현재 개헌 논의에서는 더 나아가 국가는 공공주택 공급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과, 주거 및 영업활동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공정한 임대차가 이루어지도록 할 것을 헌법에 담자는 의견이 다수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가 정책조정자로서만이 아니라 공공주택 공급자로서 지금보다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번 개헌 논의에서 토지로 인한 불평등 심화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토지공개념의 강화에도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 역시 건설산업계에서는 적극적인 관심과 의견 개진이 필요한 주제일 것이다. 헌법에서 소비자 권리의 강화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자는 논의도 주목된다. 

규제 가능성만 커지는 것은 아니다. 새 헌법 안에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는 기본권의 신설과 확대를 담자는 데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이동권 신설도 한 예이다. 이동권이 명문화되면 국가가 교통시설과 교통수단 등 사회적 인프라의 공급·운영을 확대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는 건설산업의 더 큰 역할을 요구한다.

어떤 방향으로 개헌이 되건 확실한 것은 예산획정에서 국회의 역할이 대폭 증대되고, 지방의 자치재정권도 확대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재정사업 의존도가 큰 건설산업에는 과거와는 다른 ‘낮선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개헌에 대한 건설산업계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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