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다음달이면 24평(전용면적 18평) 주상복합아파트의 주인이 된다. 그것도 서울 광진구의 지하철 2호선 역에서 도보로 8분 거리인 곳에. 준공된 지 19년이 흘렀고 내부 평면이 썩 잘 빠진 건 아니지만 여동생이 서울에 입성한다는 사실에 인천에 사는 필자가 서울에 입성하는 것처럼 기뻤다.

여동생이 유주택자가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초부터 귀찮을 정도로 갭투자가 어떤지 물어 왔다. 부동산을 모르고 중랑구의 낡은 다세대주택에서 전세로 살던 여동생이 갭투자를 묻자 갭투자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들어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여동생은 충고가 거듭되자 갭투자를 포기하고 본인 재정 수준에 맞는 집을 찾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여동생이 요청한 몇 번의 매물에 딱지를 놓은 후 지금 집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감이 와 현장 확인 후 바로 사라고 했다. 

여동생 주택 구입 이야기를 꺼낸 것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에도 계속 집값이 상승하는 모순적 현실이 생각나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57% 상승해 8·2 대책 직전인 7월28일 주간 상승률과 같아졌다. 8·2 대책 초반 서울 집값이 바짝 움츠러들었지만 5개월 만에 대책의 약발이 떨어진 것이다. 강남4구가 촉발시킨 집값 상승은 마포·양천·광진구 등으로 확대되는 반면 비싼 전셋값에 치인 젊은 부부들은 서울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와 노동생산성 감소 패턴이 일본과 대략 20년 차이가 난다. 그러면 올해부터라도 서울 집값이 서서히 하락하는 현상이 눈앞에 나타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하던 중 부동산을 바라보는 주부들의 시각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아내의 말에 무릎을 탁 친다. “돈이 없어서 그렇지 돈만 있으면 다들 서울에서 살고 싶은 것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돈만 있으면 대부분은 가족을 데리고 서울서 살려고 할 것이다. 명목가치긴 하나 서울 집값이 계속 상승한다는 건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다는 뜻이고 이는 서울 주택이 이미 ‘안전 자산’으로 인식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정부의 딜레마는 이 지점일 것이다. 주택 수요는 시장 참여자의 자유의지여서 규제로 고사시킬 수 없다. 결국 정부는 은평·송파 등지의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 확대를 검토 중인 것처럼 보인다. 2016년 기준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6%에 그치고 있다. 고민은 설령 공급 확대로 가더라도 아파트 공급에 수년이 걸릴 뿐 아니라 수요 만큼 공급이 다 이뤄졌더라도 추가적인 대기 수요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반면 수요는 적고 공급 과잉인 지방은 갈수록 빈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장 흐름과 패턴을 보며 드는 생각. 서울 집값은 일본처럼 장기 하락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최고의 경제 상태를 뜻하는 ‘골디락스’로 향하는 게 아닐까.

참여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도 서울 집값 잡기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왠지 시장과 역사를 거스르고 있다는 불안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평생 서울에 집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체념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에 관심과 실망을 교차하며 살아가는 수도권 주민 상당수한테는 진한 연민마저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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