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지를 통해 사회고발 당한 동일스위트와 부영주택의 사례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들 기업뿐만 아니라 기사화하지 못했던 사건을 통해서도 공히 느꼈던 점이다.

첫째, 무협지의 기승전결 구조처럼 건설업의 갑을 분쟁도 판에 박힌 듯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갑은 을을 착취하면서 그것이 착취인줄 모르고, 을은 당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최대한 참아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을은 부도·파산이 눈앞에 닥쳤을 때 지렁이가 꿈틀하듯 반응하지만 갑은 그 꿈틀댐이 오래가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둘째, 문제가 된 갑들은 이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제보를 받기 전부터 동일은 이미 하도급법 상습위반업체였고, 부영은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언론과 여론이 주시하고 있을게 뻔한 상황에서도 이들 기업은 또 다른 분쟁을 일으키고 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을들은 ‘설마 내가 당하겠어’, ‘거래는 서류보다 신뢰가 우선이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아쉬운 점이다.

셋째, 갑을 분쟁을 겪으면 을들은 무척이나 억울하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지만 갑들은 미안한 기색이 없었거나 적어도 기자는 느끼지 못했다. 얼마 전 기자를 찾아온 한 갑의 직원은 ‘기업이미지’나 ‘선의의 피해’를 운운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취재가 시작된 후에도 정작 당사자 을에겐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 기사는 무마하고 싶어 하면서도 분쟁 자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없었다.

끝으로 기자의 일천한 경력과 한정된 지면에 비해 을이 당하는 세세한 사항들은 무척 많았다. 업계의 실상을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많은 일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놀라움에 한숨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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