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난데없이 ‘두더지 잡기’ 게임 영상이 상영됐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이를 보여주며 “여기 때리면 저기 튀어나오고, 꼭 강남 집값 잡는 것하고 비슷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문재인 정부 2년차, 지난해 발표된 8·2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가 봇물 터지듯 발효되는 2018년이다. 하지만, 아직도 집값이 잡히는 신호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김 의원의 말처럼 ‘여기 때리면 저기 튀어나오는’ 이른바 ‘풍선 효과’만 만발하고 있다.

8·2대책이 나온 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브리핑을 자청해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이후로 작정한 듯 시장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고 쌈박질 하는 모양새다. 문제가 하나 터지면 바로 대책이 나온다. 문제의 원인이 뭔지, 맞는 처방은 무엇인지 진중하게 토론이나 했을까 싶을 정도의 짧은 시간 만에 새 대책이나 추가 대책이 발표된다. 1년도 안돼 6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는 사실이 그 정도를 보여준다.

결과는 어떤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얼마나 올랐고, 평균 아파트값이 몇천만원을 돌파했다는 뉴스는 이제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 놀랍지도 않다. 업계에선 “절대 집값을 못 잡을 것”이라고 정부와 계속 맞짱 뜰 태세다. 지방자치단체도 재건축 관리처분인가심사 외부 검증을 거부하며 국토부에 맞서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면 본격적인 새 아파트 분양 시즌이 시작된다. 분양가는 그나마 정부 의중대로 상승 억제가 가능한 영역이다. 그래서 높이 뛴 시세보다 한참 저렴한 ‘로또’ 아파트가 잇따를 전망이다. 그리고 이 아파트들은 주인을 찾는 즉시 주변 시세를 따라잡기 위해 매섭게 값을 높일 것이다. 악순환이다. 아니 사실 이게 ‘선순환’이다. 현재의 시장 환경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것이 ‘팩트’인데 뭐가 잘못된 것처럼 이를 비난하는 게 지금의 정부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차후 재평가될 것이다.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될 가능성도 물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만 보면 역효과와 부작용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성급했다는 인상이 지배적이다. 현실을 외면하고 어떤 이념적인 ‘허상’을 추구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최악은 국민 신뢰를 잃어간다는 데 있다. 정책이 혼선을 빚으면 국민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 또 국민이 믿지 않으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성공하기 어렵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월26일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것에 대해 “정해진 정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1월 18일 김 국토부 장관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2월6일 국회에서 김 장관이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늘리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이렇게 기사가 굴러가는 걸 보며 당혹스럽다”며 언론 탓을 했다. 

가상화폐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법무부 장관이 부처 간 협의도 없이 거래소 폐쇄 방침을 시사했다가 혼란만 야기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머리를 맞대도 모자란 데 이렇게 혼선을 빚으니 정부 엄포에 ‘잡히는 척’이라도 해주려던 집값이 다시 냉큼 달아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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