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제때 돈을 받는 것이다. 원도급업체들이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받고도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지급하는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하도급대금이 늦어지면 건설근로자들에게 지급돼야 할 임금도 늦어진다. 이 때문에 원도급업체들의 대금 늑장 지급 및 미지급은 갑질 중에서도 가장 질이 낮은 갑질로 분류된다.

그리고 이같은 체불 사례를 줄이겠다고 등장한 것이 바로 ‘대금결제시스템’이다. 취지는 훌륭하다. 하지만 전문건설업계에서는 공공, 민간 모두에서 이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공공의 경우 대금이 미지급 되는 일이 거의 없어 행정 업무만 늘리는 시스템 사용이 달갑지 않고, 민간에서는 대금 및 임금 직불 주체가 원도급업체라 직불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런 업계 상황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 공공과 민간 구분할 것 없이 ‘직불’ 기능만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 정책에 가깝다.

업계가 가장 원하는 것은 단순한 직불이 아니다. 하도급법에 명시돼 있는 대금지급 기일 내에 일한 대가를 받고, 대금과 임금을 빌미로 한 갑질을 겪지 않는 것 등이 필요한 것이다.

한 전문업체 관계자는 “직불시스템은 을을 위한 정책인데 실상을 보면 오히려 피해를 조장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한 예로 민간대금결제시스템을 쓸 경우 원도급사의 몽니로 지급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막을  안전장치조차 없어 하도급사는 그저 당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에서 체불방지에 나서는 것은 환영한다. 하지만 정책만 쏟아내기 보다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는 것이 먼저 돼야 한다. 을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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