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이 안팎 위기를 극복하려면
미래 방향성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정부·학계·대기업·중기가
서로 다른 목소리만 내선 안 되며
머리를 맞대 생존전략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주력산업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우리 산업이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에 위치하는 샌드위치를 탈출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우리 산업이 중국의 빠른 추격을 받으면서도 선진국과의 경쟁력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이 본질인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산업 단계를 넘어 한국 경제 전반의 문제이다. 한국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산업과 분야의 업그레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력산업 중 제조업이 유독 경쟁력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외국기업과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한편 내수 산업인 서비스업이나 건설업은 그러한 국제 경쟁이라는 이슈의 압력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얼마 전 굴지의 국내 건설사가 시공한 한국을 대표하는 강남의 모 고층타워의 실상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처음에 알려진 바로는 그 해당 건물이 국내 기술력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건축 과정에 필요한 주요 고급기술들 대부분이 외국 건설사의 기술이 사용됐다는 언론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언론들이 자그마한 부분을 침소봉대한 것인지 직접 확인할 수가 없어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괜히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어떤 산업의 성장요인을 크게 보면 자본(구조물, 기계, 장비 등 산업활동에 이용되는 자본스톡을 의미), 노동(인력), TFP로 구분된다. TFP(Total Factor Productivity)를 우리말로는 총요소생산성이라고 하며, 이는 노동, 자본스톡 등 물적 생산요소 투입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성장 분을 의미한다. 경제주체들, 즉 국가, 산업, 기업들이 동일한 노동량과 자본량을 생산요소로 사용하더라도 생산량에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를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TFP이다. 그래서 TFP를 보통 기술력 또는 효율성의 차이로 본다. 특히나 한국과 같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을 경우 산업이나 기업의 기술력과 효율성 확보가 성장잠재력과 경쟁력의 핵심요인이 된다. 이 노동, 자본, TFP가 산업생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추정해 볼 수 있는데 선진국일수록, 고도화된 산업일수록 TFP의 기여율은 높게 나타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2015년 기간 동안 산업 내 TFP의 성장기여율은 제조업이 35.0%, 서비스업은 32.1%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건설업은 기여율 자체가 계산이 불가능하다. TFP의 값이 마이너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산업을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으로 구분한다면 건설업이 가장 낙후돼 있으며, 특히 TFP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건설업은 시간이 갈수록 더 비효율적인 즉, 산업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이 맞다면 국내 건설산업의 미래는 없다. 산업이 후퇴한다는 것은 사양산업이라는 의미이다. 사양산업은 굳이 외국 기업과 경쟁을 하는 환경에 처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교역 환경에서 비교열위 산업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내 잘나가는 산업과 점점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생산성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은 기업의 이윤이 줄고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 임금이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은 자본투자, 인력 공급이 중단되고 산업의 위상은 추락하게 된다. 

문제는 어떤 산업이든지 한번 이러한 사양 추세가 형성되면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건설업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정부, 학계, 대기업, 중소기업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만 내어서는 안 되며, 머리를 맞대고 건설업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건설업의 부가가치는 어디에서 창출해야 하는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역할은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지, 건설업 내 기업 수는 적당한지 등에 대한 논의와 검증이 있어야 한다. 

또한 건설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필요했으나 지금에서 와서 보면 그 의미가 사라진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 다만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은 안전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기업들도 기술력 제고와 경영 효율화에 주력해 산업 발전과 고도화를 도모해야 한다. 특히 과거와 같은 주먹구구식의 경영 전략은 기업을 단기적 경기변동에 취약해지게 만들어 중장기 발전을 위한 대응 여력을 축적할 수 없게 한다. 천수답(天水畓) 경영이 아닌 수리답(水利畓) 경영으로 보다 긴 안목을 가져야 할 때이다.

한때 한국경제 성장의 주역이었고 경제발전의 상징이었던 건설업이 사양산업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건설업의 위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자존심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업계의 부단한 노력은 물론 밖에서도 건설업과 건설기업들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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