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점차 모든 일상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가고 있다. 외부에서 집안에 있는 밥솥을 작동시켜 밥을 지을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나 공장 나노머신들의 작업상태를 체크한 후 출근할 수 있다. 이른바 ‘초연결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초연결시대는 ‘연결(=스마트)’ 및 ‘안전(=보안)’이 제공돼야만 안전한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으며, 관련 산업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최근 4년 사이에 사물인터넷(IoT) 해킹사건 신고율이 90배 증가했다. 

이처럼 많은 보안 전문가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전자기기에서 ‘스마트’와 ‘안전’이 동의어가 아님을 지적해 왔다. IoT 세계에서는 다양한 보안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 도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동주택, 점점 더 스마트화 돼가는 공동주택에서 개인 공간에 침투하는 인터넷 해킹은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현행 주택법상 공동주택의 통신망은 ‘인터넷망’과 ‘단지망’으로 구분, 분리 설치하게 돼 있다. 인터넷망은 입주자들이 가입한 통신사로부터 제공받는 네트워크이고, 단지망은 건설사가 공동주택 건설단계에서 설치하는 네트워크이다. 

현 주택법상의 단지망은 전체 세대가 하나의 통신망을 공동 사용해도 무방하도록 돼 있어,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각 세대망들이 하나의 망에 연결되도록 설계 시공되고 있다. 해킹의 위험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단 한 번의 외부 해킹으로도 전 세대가 공격대상이 되며, 이를 막을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공동주택은 ‘인터넷 보안 사각지대’인 셈이다. 

10여년 전부터 단지망의 안전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인터폰 등 단지망에 연결된 단말기기들이 단순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그러나 스마트홈 시대가 된 지금, 수많은 스마트홈 단말들이 빌트인(Built-In)으로 설치돼 제공되고 있다. 해커들의 해킹 유인 요소가 훨씬 높아진 것이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주거 공간의 사이버 불안전 문제점은 반드시 해결돼야만 한다. 주택은 나만의 성채로서 물리적 공간이든 사이버상의 공간이든 내가 점유하고 컨트롤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안전한 주거공간이 된다. 그런데도 건설사들은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하지 않는다. 별다른 움직임도 없다. 법적으로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사이버 공간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바로 이 점이 국회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난 1월 대표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에는 사이버 사생활 보호 강화 내용이 담겨 있다. 주택법상 주택의 개념에 독립된 물리적인 공간(세대 간 경계벽)과 함께 독립된 사이버 주거공간(세대간 사이버 경계벽)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많은 네티즌과 동료 의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차제에는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주상복합, 오피스빌딩 등에서도 각 입주자들이 분리된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시키려 한다. 개인이 안전한 사이버 공간이 확보돼야 비로소 진정한 헌법상의 권리인 자유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률 개정으로 안전한 스마트홈 구축을 넘어 안전한 스마트도시 건설에도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시갑, 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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