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2019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453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규모의 슈퍼예산인 셈이다. 하지만 내년 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건설업계의 바람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의 SOC 예산 감축 기조는 내년뿐만 아니라 앞으로 쭉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책연구원 일각에서는 2019~2021년 연평균 SOC 예산이 16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예산도 신규사업보다는 지속성 사업에 대부분 투입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건설인들과 건설업계는 정부의 SOC 예산 축소 지속을 우려하고 있다. 건설관련 단체들도 SOC 예산 확대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납득할 만한 대안을 건설업계가 못 내놓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건설단체들이 SOC 예산 축소를 철회시키기 위해 내놓고 있는 자료들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1인당 도로연장(도로보급률), 교통인프라 현황 등은 숫자상으로 낮지만 실제로는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당 도로연장만 보더라도 한국은 1000명당 2.11㎞로 미국 21.09㎞, 프랑스 16.38㎞, 스페인 14.48㎞, 일본 9.56㎞, 독일 7.82㎞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지만 인구 집중(수도권 2300만명) 등을 감안하면 아주 낮다고 볼 수 없다. OECD 34개국 중 29위라고 주장하는 도로보급률도 마찬가지다. 전국 곳곳의 작은 마을까지도 도로가 뚫려 있고, 포장이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도 SOC투자 예산 축소에 반발하며 단순 자료 등을 내세우지 말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 국가 SOC에 대해 전문가들 간의 활발한 토론 자리를 마련하고 공청회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SOC 예산 축소 분위기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가 부족한 인프라가 무엇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굳이 따진다면 앞으로 한국이 더 갖추어야 할 인프라는 철도다. 우리나라는 내륙 철도망은 잘 구축됐지만 해안 철도망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 3면이 바다인 해양국가임에도 경제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내륙 철도가 발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철도와 철도산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철도는 국민소득 3만달러 이후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안성맞춤이다. 환경오염 문제, 워라밸(일과 놀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생활 등을 감안할 때 철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남해안의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남해안(태평양 환상 철도-블루 퍼시픽 라인) 철로망은 세계적으로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부산과 거제도~통영∼남해∼여수∼고흥∼완도∼해남∼진도∼목포를 잇는 철도다. 이들 지역은 볼거리와 먹거리를 갖춘 곳이다. 특히 이들 지역은 토지 가격이 아직 싼데다 바다와 바다를 잇는 철로망이어서 철도건설에 따른 보상비도 의외로 적게 든다. SOC 예산 확충, 철도산업 발전, 일자리 창출 등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국가의 미래를 볼 때 SOC 예산 축소는 분명 손해다. 선진국들이 끊임없이 인프라를 구축하고 개선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SOC는 또 내수활성화와 직결된다. 건설산업 자체가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 영세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내수경제는 건설산업이 이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건설업계는 SOC 예산 확대 촉구와 함께 정부가 예산을 확대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내밀어야 한다. 정부도 4차 산업으로서 건설의 중요성, 건설이 살아야 내수가 활성화 된다는 점을 인식, SOC예산 축소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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