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로시간은 OECD국 중 2위라
국제위상을 감안해 단축은 필요하다
하지만 추가비용에 눈감아선 안 된다
정부의 적정공사비 확보 방안 마련과
업계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요구된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핵심 사항은 1주를 7일로 해 토요일과 일요일을 근로일수에 포함하고 1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로시간 단축은 도입을 추진 중인 최저임금, 월 8일 근무 국민연금대상 인정 등과 함께 건설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구법 하에서도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다만 정부가 토요일이나 일요일 휴일근무는 주당 12시간으로 제한되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법령을 해석하면서, 기준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토요일과 일요일 각 8시간씩 16시간이 더해져 주당 최장 근로시간은 68시간으로 운용돼 왔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주를 휴일 포함해 7일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했다.

물론 근로시간 단축이 갑자기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2012년에도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었다. 또한 지난해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 52시간 근로시간 정착을 통해 2022년까지 근로시간을 연간 1800시간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해외 주요 국가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근로시간 단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취업자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의 2255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고, OECD 회원국 평균 1763시간보다 306시간이 더 많다.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의 1363시간과 비교하면 무려 706시간이나 많은 노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민들의 여가에 대한 욕구는 증대하고 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기대가 정치적 요구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현상이다.

그렇지만 지난 2월 말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기 직전까지 진통이 있을 만큼 사회경제적 파급력은 만만치 않다. 먼저 연장근로 제한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연장근로 제한으로 52시간 초과근로 시간은 다른 근로자로 대체하기 때문에 고용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관점에서 전망하지만, 현재 근로시간 초과 근로자 중에는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것으로 보여 취약계층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의 경우에도 사무직보다는 기능직 현장인력의 소득감소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은 현장인력 비중이 높아 다른 산업보다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 정부가 주창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임금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다. 소득보전 요구가 뒤따를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도 이 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근로자 소득보전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하도급 중소기업의 우려가 더 크다. 정부의 대처방안이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기업에게, 특히 하도급업체에게 부담을 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공사기간 증가로 공사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남는 자투리 시간을 기계적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해 공기를 맞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건설공사의 특성상 연속적인 공사 진행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사업장에서는 공사를 중단하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따른 전환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또 건설현장에서는 포괄임금제 적용이 보편화돼 있어 제 수당을 일당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이 관행인데, 포괄임금제 적용이 금지될 경우 제 수당 증가로 인건비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적정공사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정부의 합리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중소 하도급업체에 증가하는 공사비를 전가하는 불공정행위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과 휴식 있는 삶의 균형은 사회적으로 소중한 가치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정부나 정치권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 눈감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배분하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건설업계에서도 단순한 노동투입 중심에서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이 반영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정치적·사회적 결단이 국민들의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나아가 우리의 경제와 사회를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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