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산업은 최근 몇 년간 한국경제 성장을 이끈 주요 버팀목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정부의 SOC예산 삭감, 부동산 규제 등의 정책이 건설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건설경기가 급속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건설수주액은 전년동월 대비 30.3%나 감소한 9조5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3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한국경제가 올해 2.8% 성장하는데 반해 건설투자는 오히려 0.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건설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은, 공공사업 계약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부·공공기관의 불공정 관행이다. 현행 국가계약법상 계약의 원칙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들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합의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공공기관이 부당한 계약조건 또는 특약을 통해 민간 계약상대자에게 비용 또는 계약상의 각종 위험을 전가하는 등 국가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2017년 감사원이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64.6%가 공공 발주자로부터 불공정 계약을 경험한 것으로 응답했고 응답업체의 61.1%는 발주자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유무형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주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공사기간이 연장됐음에도, 발주자와 체결한 특약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비용을 청구하지 못한 채 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업체들이 많았다. 정부도 발주자의 불공정 행위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여전히 정부의 예산절감 위주 정책집행에 따른 계약상대자에 대한 비용전가, 거래상 지위남용 등의 불공정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문제인식 속에 본 의원은 지난 4월27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가계약 체결과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민간의 부당한 피해를 예방하고 궁극적으로는 공정거래 관행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계약의 원칙 자체에 △국가계약법에 따른 계약 체결 시 계약담당 공무원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을 정할 수 없도록 하고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계약은 애초에 효력을 인정하지 않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국가계약 과정에서 계약 담당 공무원의 특정 행위로 인해 계약상대자가 불이익을 받은 경우 그 행위의 취소 또는 시정을 위해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 최소 계약금액 기준을 삭제함으로써 계약당사자의 구제가능 범위를 확대했다.

그동안 국가계약 체결 과정에서 정부·공공기관의 불공정 관행은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사업 수행주체에게 비용을 전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실시공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안전 문제, 하도급을 비롯한 협력업체의 연쇄적 부실화, 현장근로자의 처우 악화, 유찰에 따른 행정비용 낭비 등 크고 작은 부작용이 한둘이 아니다. 예산절감이란 당위적 목표만 내세우며 비용 낮추기·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가는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제대로 지급하고 제대로 만드는 선진 제도와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자유한국당 의원(기획재정위, 대구 달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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