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가 현실화 된다면
북한의 건설 수요는 고성장이 예상되나
우리가 독점할거란 낙관은 금물이다
주변국이 순순히 양보할리 만무하다
우리 기업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남북 간 예상치 못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아무도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흐름대로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면 그 대가로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경제적 협력을 시작해야만 한다. 이러한 경협의 궁극적인 최종 단계는 세계경제 시스템에 북한경제가 들어오는 것이며 결국은 북한경제가 개방경제로 이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개방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발전 단계가 필요하며 그것도 신속한 속도를 원한다면 빠른 산업화만이 답이다. 우리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산업화는 물자, 에너지 등 생산요소 이동의 제약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는 북한 정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평창 가는 고속열차가 좋다든지, 육로로 평양에 오는 것이 불편할 것이라는 언급을 한 바가 있다. 또한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이색적으로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북 간 철도 연결의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보면 가장 시급한 경제 협력이 어디에서 시작될 것인지,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따라서 경협이 시작된다면 북한에 대한 SOC 투자가 핵심이 될 것이다. 

우리 건설업의 입장에서 보면 타이밍이 절묘하다. 지금 우리 건설업은 매우 어려운 국면에 있다. 건축 부문의 경우 공급과잉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대책의 영향으로 주택시장 수요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또한 토목 부문의 경우 올해 정부의 SOC 예산이 전년대비 14% 감소했고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건축과 토목 모두 절대적 수요 부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한반도 뉴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우리 건설업에는 가뭄에 내리는 단비가 될 수도 있다. 이미 많은 건설 관련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이 북한 지역의 인프라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한반도 뉴딜이라 부르는 북한 인프라 구축 건설 사업의 지속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소 2030년까지는 북한 지역의 SOC·건설 부문이 고성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 중요한 점은 2030년은 건설업 성장률이 피크를 치는 고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이후에도 대규모 토목 수요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대로 한반도 뉴딜이 본격화된다면 우리 민간 기업의 참여는 두 가지 경로가 예상된다. 첫째,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북한 지역에 대한 SOC 투자 발주에서 시공을 담당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민간 기업의 입장에서는 재원의 부담은 없다. 아마 한반도 뉴딜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경로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스스로 리스크를 지고 들어가는 경우인데, 예를 들자면 민자 고속도로 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민간 기업이 자기자본으로 접근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 북한 지역 내 해당 시설을 이용하고 이용료를 지불할 수익자가 있다면 가능하나, 북한 정부나 북한 주민들의 구매력이 취약할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다만 투자비용에 일정 부분을 남한 정부든 북한 정부든 어디서로부터 현물로 보상받을 수 있다거나 지급 보증이 이루어진다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북한 지역을 관통해 남한까지 오는 교통망이나 에너지 수송망의 경우와 같이 인프라 이용의 주체가 북한이 아닐 경우에 있어서는 투자 리스크가 훨씬 감소할 것이다.

한반도 뉴딜이 현실화된다는 전제에서 우리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은 우리 기업들이 독점할 것이라는 낙관은 금물이다. 북한이 같은 민족이기도 하고, 이번 평화 무드에서 남한 정부의 노력이 컸다는 점에 대해 과도하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이번 경제협력은 그 규모가 거대해 남북한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또한 정치외교적 갈등보다 더 풀기 어려운 것이 경제적 갈등이기 때문에 주변국들이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갈 몫을 순순히 양보할리가 만무하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의 철저하게 계산된 준비가 요구된다. ‘당연히 기회가 오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경협사업을 했던 관련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동북아의 국제정세와 경제산업구조를 읽어낼 수 있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 뉴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대응 전략이 구축돼야 한다.

한반도 뉴딜이 시작되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미 간의 미묘한 의견차, 미국을 넘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 많은 난관들이 남아 있어 섣불리 장담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단 한반도 뉴딜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없이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이다. 만약 어떤 건설기업이 그때 가서 보자, 이런 생각을 가졌다면 그 기업은 한반도 뉴딜에서 ‘패싱’될 것이다. 기회는 미리 준비하는 자만이 잡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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