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주 52시간 근무제가 관심사다. 당장 7월1일부터 시행이 되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 52시간을 넘는 근무를 시키면 고용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일단 올해는 300인 이상 기업들이 대상이다. 

52시간만 일하기 힘든 업종도 있다. 납기나 정해진 공기가 있을 경우다. 건설업도 그중 하나다. 업종 특징상 연장근무를 해야 할 일이 많아 주 52시간 근무가 생경할 수 있다. 해외노동자와 함께 일해야 하는 해외사업장도 곤란을 겪는다. 그러니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소한 6개월의 계도 기간을 가지고 제도 연착륙을 도모해 달라”고 건의한 것도 이해는 된다.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경영계에서는 경영난을 우려한다. 노동현장도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좀 더 쉬고, 수당을 더 받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취직난이 심해지고 임금이 깎일 수도 있다. 

사실 주 52시간 근무는 역대정부에게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에 가까웠다. 통계적으로 보자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와 함께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과로로 인한 산재, 노동자의 건강악화 등 사회적 비용도 많았다. ‘월화수목금금금’이나 ‘칼야퇴(밤10시에만 퇴근해도 집에 빨리 간다는 뜻)’도 낯설지 않았다. 휴가는 언감생심이었다.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에 누구나 동의했다. 하지만 선뜻 시행은 못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경제적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연간 30만개 정도 늘어나던 일자리 증가 개수가 7만개로 뚝 꺾였다. 자동차 및 조선산업 구조조정, 인구감소 등의 탓도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라 사용자의 부담이 증가한 것도 영향이 없다 말하기 힘들다. 앞으로 고용조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사용자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일반 식당에서도 속속 무인주문기가 도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52시간제는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를 넘는다고 했을 때 충분히 예견되는 변화였다. 3만 달러 이상의 사회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사회경제적 상황이 요구된다. 그중 하나가 ‘생산성 향상’이다.

그간 한국사회는 낮은 생산성을 몸으로 때워 메꿨다. 여기에는 밤낮으로 일하는 ‘근로’를 성실의 척도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문제는 손쉽게 노동투입이 가능하다보니 생산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또 임금이 낮다보니 아무리 일을 해도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워킹푸어’가 속출했다. 그 대안으로 제기된 것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도입이다. 노동비용이 커진 만큼 생산성을 높여야할 필요가 생겼다. 사용자와 노동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일이다.

2004년 주5일제가 시행될 때도 ‘나라 망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은행이 토요일 문을 닫으면 부도나는 업체가 많을 것이라는 괴담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적응했다. 주5일제는 완전 정착됐다. 경제가 어려우니 ‘놀토(노는 토요일)’를 없애고 ‘반공(半공휴일)’을 되살리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방향이 맞는다면 주 52시간제의 부당성을 강조하기보다 연착륙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당장의 고용불안과 경기위축을 내세워 전체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주 52시간제가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은 장기적으로 분석해봐야 할 문제다. 

지난 20일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위반 처벌을 6개월 동안 한시적 유예한다고 밝혔다. 괜찮다. 7월 시행하나 9월 시행하나 내년 1월에 시행하나 대세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업주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을 고려하면 한차례 정도 적용유예는 실보다 득이 더 많을 수 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