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한민국에는 대한항공 오너가를 계기로 다시 한 번 ‘갑(甲)질’이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이 연이어 공개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고, 우월한 지위와 신분을 이용해 부당행위를 하는 재벌을 향해 특권을 줄이고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하청이 빈번해 구조적으로 갑질 우려가 높은 건설업, 제조업, 운송업 등을 중심으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에서 갑과 을의 문제가 가장 오랫동안 이슈가 된 현장이 바로 건설 공사현장이다. 기획-설계-시공의 과정을 거치는 건설 산업은 다양한 주체들이 공동 작업을 통해 건축물을 생산하는 산업 특성으로 인해 하청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 공사 현장에서 대부분 하청업체들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공사대금 미지급, 임금체불 등의 수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방지하고자 2013년 건설업체가 발주자에게 계약이행을 보증하는 경우, 건설업체도 발주자에게 공사 대금의 지급보증 또는 담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공사대금지급보증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임의조항에 불과하고 처벌규정이 없어, 공사를 계약대로 이행했음에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도산의 위기에 처한 민간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 총 수주액 164조8757억원 중 민간부문이 71.3%에 달하는 117조5000억원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적자치의 영역’이라는 논리에 입각해 대금지급에 관한 문제들이 거래 당사자 사이의 계약내용에 의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법적 규제 자체가 극히 미약한 상황이다.

본 의원은 이러한 건설현장의 갑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발주자의 불합리한 공사대금 미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지급보증을 의무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지난달 7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발주자가 수급인(건설업체)에게 공사대금지급을 보증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해 발주자가 불합리하게 공사대금을 미지급하지 못하도록 했고, 발주자가 이를 이행하기 곤란한 경우 수급인이 그에 상응한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현재 민간 건설공사에서 발주자와 수급인 간의 대금 지급과 관련해 을의 위치에 있는 수급인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는 발주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고 이는 일방적인 원수급인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피해는 건설계약 구조상 단순히 원수급인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수급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체 건설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에서 건설공사의 대금 미지급은 기업 생존 자체의 문제이며, 동시에 건설 산업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결국 민간 건설공사의 대금지급 문제를 개선하는 핵심은 건설업 전체의 대금지급 사슬의 구조를 보다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불어 건설 산업의 참여자들 간의 신뢰성실의 원칙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대표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대금 미지급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돼 중소건설사들이 당당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대가를 받는 공정한 건설 산업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 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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