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건설산업의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대폭 감축에 해외 건설 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주택 경기마저 침체되고 있다. 여기에 7월 적용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건설업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게 본래 취지일지 몰라도 사람은 늘지 않고 업무시간만 줄어드는 상황으로 변하면서 공사 일정 차질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의 위기는 상반기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건설업 신규취업자는 △1월 9만9000명 △2월 6만4000명 △3월 4만4000명 △4월 3만4000명 △5월 4000명 등으로 급속도로 줄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는 문재인 정부의 SOC 예산 감축에서 이미 예고됐다. 전문가들은 감축된 SOC 예산 영향으로 줄어든 취업자만 약 6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OC 예산 감축은 대형사는 물론 중견 중소 건설사들의 출혈 경쟁도 격화시키고 있다. 정부 발주 물량이 감소하다 보니 대형건설사들마저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고, 중소 건설사(협력업체)는 출혈 하청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맡고 있는 것이다. SOC 예산 감축이 결국 중소 건설사들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주택시장은 겉보기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 서울과 일부 지역의 높은 청약경쟁률에 가려져 있지만 7월 초 기준 미분양주택이 6만 가구를 이미 넘어섰고, 준공 후 미입주 가구도 1만2000가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택사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견·중소 건설사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대형 공공택지 개발이 중단되면서 주택시장 일감은 급격히 줄고 있다. 최근에는 공사 입찰 관련 설명회만 열어도 건설사 관련 임직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7월 초 경기 시흥대야 영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이 개최한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총 16개 건설사가 몰리기도 했다.

주택시장의 위기는 지표로도 드러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SBI) 전망치(주택사업자 대상 조사·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지고, 이하면 나빠질 것을 전망)가 상승국면을 의미하는 115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6월(121.8)이 유일했다. 올해는 70~90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주택시장이 향후 더 나빠질 것으로 보여 건설산업 전체의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데다 올 하반기와 내년에 입주 주택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중과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개편에 따른 매매 거래 감소와 투자 심리 위축도 주택산업 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건설업 위기가 시작되면 연관산업 1000여 개의 불황으로 이어지고, 급속한 일자리 감소가 뒤따른다. 이는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건설산업의 경착륙으로 비화할 수 있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한국 경제 성장과 일자리 확보를 위해 이제라도 간접적인 방식(자치단체에 국고 지원)으로라도 SOC 예산을 늘리고, 부동산 규제 속도 조절을 통해 건설산업이 연착륙하는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