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한지 1년이 갓 지난 서울 A아파트 입주민들은 최근 시공사의 하자보수 애프터서비스(A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조합에서 시공사 상대로 하자소송을 제기한 탓에 시공사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AS를 해 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직 AS기간이 남았지만 작은 하자보수에도 몇주씩 걸린다.

A아파트와 같은 사례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 신축 아파트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들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완료된 아파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택도 하나의 제품이기에 제조과정에서 불량이 생길 수 있다. 하자보수 의무기간은 품목에 따라 2년에서 10년까지 다양하다. 새 아파트 하자 중에는 보수 가능한 부분이 있고 보수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 벽 속에 매립된 수도관의 경우 설계도면 상 규격과 실제 시공된 규격이 다르다고 모든 세대를 이주시킨 후 벽을 뜯어내고 새롭게 설치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일정 기간 하자보수를 진행한 후 입주민과 시공사는 보수할 수 없는 하자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협상을 시작한다. 협상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 소송이 진행되기도 한다. 이 모든 절차의 주체는 응당 입주민이어야 한다.

하지만 A아파트처럼 조합이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정비사업 아파트에서 조합은 시행자다. 때문에 조합도 시공사에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있다. 하지만 시공사가 시행자와의 계약관계에서 지켜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경우에 국한된다. 이미 완공되고 소유권이 입주민에게 넘어간 아파트의 하자는 포함될 수 없다. 조합이 하자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수백명이 넘는 아파트 입주민의 의견을 모으기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하자는 명백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법원은 소송에서 일부라도 시공사가 배상하도록 판결을 내린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배상금이 지급되더라도 이 돈이 입주민들을 위해 쓰인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어떤 용도로만 쓸 수 있다는 꼬리표가 붙는 것은 아니다. 만약 빚이 많은 조합이라면 배상금이 입금되는 순간 채무자들이 압류를 걸 수 있다. 입주민들은 배상금을 구경도 못 할 수도 있다.

조합이 소송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법조계와의 유착관계다. 최근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정비사업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일감을 찾기 위해 조합을 찾아다니며 적극적 영업한다. 주된 영업대상은 조합장과 사무장 등 조합 상근직이다. 소송이 시작되는 순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합은 청산될 수 없다. 조합장 입장에서는 그만큼 취업기간이 늘어난다. 이러한 심리를 잘 아는 법무법인은 소송 관련 초기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하면서 소송을 부추긴다.

이처럼 법조계와 조합이 결탁해 입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정교하지 못한 법령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변호사마다 의견이 다르다. 실력이 뛰어난 유명 로펌은 대기업 건설사와의 유착관계가 있어서 절대로 입주민이 진행하는 하자소송을 맡지 않는다. 두 번째는 입주민들의 자세다.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에만 관심이 있지 정작 아파트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하자 불평은 하지만 왜 하자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지에 관심 갖는 사람은 적다. 입주민의 관심이 없으니 관리사무소 역시 태만해진다. 이런 악순환의 피해는 결국 입주민 몫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