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앙·지방간 격차를 볼 때 지방 전체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발전해 가지 않으면 정말 심각해질 수 있다” 

2003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 시절 대구에서 열린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을 주제로 한 첫 국정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로 남긴 말이다. 1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이 위기의식은 이제 현실이 됐다. 

수도권과 지방의 미분양 현황을 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의 미분양은 1년 전보다 60.50% 수도권 전체는 35.46% 감소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이 20.13% 증가해 5만 가구를 훌쩍 넘겼다. 악성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은 전체(1만2722가구)의 80%(1만257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서울 중심의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풍토와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저금리에 따른 호황 등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근본적으로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지방의 인구감소에 따른 인구소멸까지 경고하고 있다.

그동안 대책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고른 발전을 위해 2004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그간 광역지자체마다 혁신도시가 지정돼 지방도 수도권 못지않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권의 부침에 따라 균형발전의 그 명맥이 끊기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의도했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발전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현저히 부족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지방이 지역대학 등 지역자원과 더불어 스스로 일자리와 혁신적인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길 기대했다. 이 정도 수준이 돼야 새로운 전기라 평가할 수 있다.

참여정부 집권이 지나 이명박 정부는 균형발전보다 효율성을 우선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지역발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명목상 회계만 남겨둔 채,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부여된 5조원의 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 배분 권한을 삭제했다. 이런 기조는 다음 정권인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 효율성의 논리가 오늘날 불균형과 지방소멸 위기를 불러온 셈이다.

다행히 이번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균형발전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올 2월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을 선포했고 3월에는 지역발전위원회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명칭을 회복한 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개정해 약 10조원 규모의 예산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의견을 감안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쇠락 일로를 걷고 있는 전국의 거의 모든 지방 소도시에겐 균형발전이 다시 국가 주요 정책으로 추진되는 지금이 천재일우의 기회다. 지자체-주민-지방대학 등 지역사회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노력하면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물려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국회도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더욱 힘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책 제안과 제도 개선 등 여·야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역 발전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께도 그간 소외됐던 지방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흔들림 없는 균형발전 정책 기조를 유지해주시길 당부 드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토교통위, 충북 제천시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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