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한 민원글의 청원기간이 최근 끝났다. 이 글이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건설 관련이었고, 특히 외국 하도급회사를 상대로 한 국내 종합건설사의 갑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한 국가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A씨로, 현지에 진출한 특정 건설사로부터 갑질을 당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관심을 호소했다. 개인연락처가 남겨져 있어 사정을 들어봤고, 주요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A씨는 이 나라에 진출한 한국의 한 종합업체로부터 2년짜리 하도급공사를 받아 수행했다. 일단 일부 공사대금은 받았지만 적지 않은 액수의 잔여 및 추가공사대금을 못 받았다. 그런데 원도급사가 공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르자 대금 결제를 차일피일 미뤘고, 결제를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더니 “감히 하청업체가 이런 것을 보내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끝내는 현장에서 나가라는 명령을 들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하도급 전문건설업체들이 자주 겪는, 익숙한 스토리였다. A씨의 회사는 이 나라에서 법인을 설립했을 뿐 국내 전문건설업 등록을 별도로 하지 않은 외국회사다. A씨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돈은 미화 44만 달러로 현재 환율로 5억원 가까이 된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민원글 내용을 100% 신뢰할 순 없는데다 일단은 법적다툼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외국 공사현장서 A씨가 당한 일이 얼마나 억울하고 분했으면 이런 글을 올렸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죽했으면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회사명과 개인 휴대번호, 본인의 이름까지 공개했을까.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했던가? 이런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해외에서도 원도급 갑질의 유혹을 떨칠 수 없었던 걸까? A씨가 그곳에서 한국기업과 거래하려는 주변업체들에 뭐라 조언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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