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일 발표할 거였는데, (참여정부) 8·31대책이 생각난다고 2일에 하라는 거야”

2018년 8월3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불쑥 세종정부청사 국토부 기자실을 찾아와 마련한 ‘번개’ 점심에서 2005년의 8·31대책을 언급하며 웃었다.

기억이 났다. 지난해 8월2일에 김현미 장관은 휴가 중이었는데, 갑작스레 대책을 발표했다.

또 기억이 난다. 그 유명한 8·31대책. 참여정부는 2005년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지난해 8·2대책은 8·31대책에 버금가는 ‘역대급’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준은 달랐지만 큰 골격은 비슷했다. 

발표 당일 저녁 때 당국자들은 다음날 신문 기사 제목에 ‘참여정부’라든가, ‘데자뷔’라는 단어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악몽의 시작이었던 8·31대책과 비교되기 싫었기 때문이다. 실제 8·31 이후 넉 달여 만에 부동산 ‘시국선언’이 나왔고, 건설교통부(국토교통부) 장관, 청와대 홍보수석,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옷을 벗었다. 그때야 규제를 우선하던 정부는 11·15대책을 내놓고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놀랍도록 비슷하다. 다른 것은 참여정부 말년과 문재인 정부 2년이라는 것뿐이다.

섣부르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실패할 것 같다.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학습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철저한 학습세력인 주택 소유자와 수요자와 다르다. 이들은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으면 저런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반면, 정부는 참여정부 때 ‘교과서’를 그대로 답습한다. 이렇게 후진적인 대응으로 집값을 잡아보겠다고 설치는 ‘아마추어리즘’이 가소로울 뿐이다.

한국은 매우 특수한 나라다. 집값을 못 잡으면 대통령이 힘이 없어진다. 참여정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도가 사상 최악인 10%대까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도 폭등한 집값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50% 아래로 떨어졌다. 집값 불안으로 인한 국정운영 동력 상실은 남북대화나 적폐 청산 등 각종 조치를 후퇴시킬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침묵한다. 그건 제대로 학습한 효과로 보인다. 참여정부 때 대통령이 나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은 잡겠다”고 공언한 게 발목을 잡은 것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일 듯하다.

대신 주변이 떠든다. 국무총리, 여당 대표,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부총리 다들 각자의 의견을 한마디씩 던졌다. 압권은 “집값 때문에 잠도 못 잔다”는 김현미 장관의 “(장관이) 못한다고 지금 난리 났어요”라는 고백이다.

메시지 혼선과 정책 책임자의 자기 폄훼는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 가중한다. 특히나 부동산은 ‘심리’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침묵에, 당국자의 무능에, 또 중구난방 메시지에 ‘가진 자’들의 시장은 안도한다. 이 판에 또 뭐가 나온들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심리다. 그래서 백약이 무효다. 배가 산으로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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