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혁신도시는 조성 추진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미완성이다. 약간 과장을 하자면 몇 곳을 제외하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균형과 지방 경제 활성화라는 거창한 목표는 사라지고, 비효율성만 남아 있다. 이전 주체(공기업·공기관 등 )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지방 이전을 했기 때문이다. 마지못해 이전한 결과는 지금 나타난 현상 그대로다.  

지방 혁신도시 활성화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정책의 초점’이 흐트러지긴 했지만, 이제라도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방 혁신도시가 활력을 찾는 것이야말로 지역균형발전을 넘어 서울로 향하는 주거 수요를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비정상적인 서울 집값 급등 등에 영향을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지방 이전 공기업·공기관 임직원들의 ‘주거 재테크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집값 고공행진은 한국 경제의 큰 ‘짐’이다. 집값과 전셋값이 올라 있는 한 가계의 소비 여력은 거의 없다.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올라 있는데 소비를 제대로 할 가계가 어디 있겠는가. 자영업의 위기도 집값 급등 영향으로 소비를 줄인 가계의 씀씀이 감소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을 정상화해 가계의 ‘불안한 미래’를 덜어줘야 소비가 늘고, 결국 한국 경제 회복으로 이어진다. 서울 등 급등지역 집값을 정상화하지 않는 한 경제를 짓누르는 짐으로 작용, 경제 침체 시 높은 집값이 가속페달을 밟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지방 혁신도시 활성화가 필요한 근본 이유다. 

한국인의 ‘주거시설 재테크’에 대한 강한 신념은 이미 굳어졌다. 자금 당장 ‘거주하는 집으로 재테크도 한다’는 국민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급등하는 집값을 세금(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과 대출 규제로 잡을 수도 없다. 국토(토지)보유세를 신설한다거나 종부세를 과감하게 인상해 집값 잡기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집값이 오르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무한대로 공급한다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민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오르는 집값을 잡는 유일한 길은 특정 지역을 향하는 주거수요를 해소하는 것이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인 인프라를 재구축하고 양질의 주택이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된 혁신도시는 제격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혁신도시에 특성화 학교와 대학, 연구시설, 생활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는 길에 나서야 한다. 혁신도시 경쟁력 강화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체 중의 주체인 공기업·공기관 임직원들은 물론 전문직종 종사자의 서울로 향하는 주거 수요를 줄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재테크나 교육문제 등에서 벗어나 혁신도시에 안착하도록 해야 한다.

혁신도시는 출범 당시 정의(定義)가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산·학·연·관이 서로 협력해 지역의 성장거점 지역에 조성되는 미래형 도시’이다.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혁신거점 도시, 지역별 테마를 가진 개성 있는 특성화 도시, 누구나 살고 싶은 친환경 녹색도시, 학습과 창의적 교류가 활발한 교육·문화도시다.

하지만 조성 시작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당시의 정의가 제대로 실천되고 있지 않다. 굳이 지적하자면 ‘노마드(Nomad·정착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이들)족’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지방이전 공기업·공기관 임직원들이 ‘몸은 혁신도시, 가족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혁신도시가 서울 등의 주거수요를 줄이는데 보탬이 안 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혁신도시 활성화를 통해 서울로 향하는 주거 수요를 줄이는 것이 장단기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과 지역균형발전의 길이다. 정부는 혁신도시 경쟁력 강화에 더욱더 많은 것을 쏟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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