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시 매봉산 천의봉에는 병아리 눈물처럼 조그마한 너덜샘이 있다. 학계에 따르면 이곳이 낙동강의 최상 발원지이다. 너덜샘으로부터 1300리 물길을 따라 쭉 내려오면 동서길이 16㎞, 면적 288㎢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낙동강 삼각주가 형성돼 있다. 낙동강 삼각주 위에 형성된 김해평야는 본래 경남 김해의 땅이었으나 1978년 이후 부산의 시역(市域)이 확장됨에 따라 지금은 거의 전부 부산 강서구에 속한다.

강서구는 삼국시대까지는 거의 전체가 ‘고김해만’이라는 바다였고, 대동여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 조선시대까지도 퇴적이 덜 돼 작은 섬 여러 개로 된 땅이었다. 이렇다 보니 상습적으로 홍수피해를 겪었으며, 자연제방 이외에는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35년 대저수문과 녹산방조수문 그리고 낙동강 변에 대규모 제방이 축조된 이후 광활한 대지는 비옥한 농경지로 탈바꿈하고 인근 산간 지역 주민들은 대거 삼각주로 이주를 하게 된다. 넓은 평야 지역에는 우수한 농산물을,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낙동강 하구에는 굴, 김, 파래 양식 등 다양한 수산물을 생산하던 강서구는 1987년 명지와 하단을 잇는 하구둑이 생기면서 대전환기를 맞게 된다. 

1989년 정부는 강서구 명지동·송정동 일대를 명지·녹산산업기지개발 구역으로 지정하고 2002년 녹산국가산업단지를 완성하게 된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지금 녹산국산업단지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입주기업 총 1500개사, 3만2700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산업 집적지로 자리매김하며 부산의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또한 녹산국가산업단지 서쪽으로는 1995년부터 정부와 민간이 총 16조682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5선석 규모의 부산신항을 건설하고 있다. 현재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하루처리실적은 5만4000TEU로 세계 6위의 규모를 자랑하며, 한반도 수출입의 관문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00년 들어 강서구의 개발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된다. 2003년 강서구와 창원시 진해구 일원(51.1㎢)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신항만 지역은 북측·남측배후부지로, 지사지역은 부산과학산업단지, 국제산업물류도시 및 미음·명동·생곡·송정지구로, 명지지역은 신호·화전지구, 서부산유통단지 및 명지국제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며 강서의 지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또한 2012년부터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로 지정된 에코델타시티를 건설하고 있으며, 부산연구개발특구 첨단복합지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시범단지 등 노동집약적 산업뿐만 아니라 R&D 및 ICT 등 첨단산업이 융화된 테크노폴리스 개념의 혁신거점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100년 전, 사람이 살기 척박했던 낙동강 삼각주, 강서구. 지금은 전국에서 인구유입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강서의 성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곳 강서구에서 만들어진 유무형의 지식과 자원이 널리 뻗어 나갈 수 있는 길을 조속히 여는 것이 당면 과제다. 동남권 신공항, 동서부산을 연결하는 서부산 도시철도 및 부전~마선 복선전철, 낙동강 횡단을 위한 장낙·엄궁·대저·사상대교, 강서구의 남북을 연결하는 남북1·2축도로 및 신항 제1배후도로 우회고속국도 등 교통기반시설 확충이 바로 그것이다. 

강서구의 개발은 단순한 국가균형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강서구를 중심으로 부산시민 360만, 550만 동남 경제권의 중심축이자, ‘동북아 허브 국제 물류·비즈니스 중심 도시’의 건설을 뜻한다.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은 이제 강서구 발전과 함께 ‘위대한 낙동강 시대’라는 새 역사를 쓸 날이 머지않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법제사법위, 부산 북구강서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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