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4일, 독일 패시브하우스 연구소로부터 서울 노원 에너지제로주택(EZ House)이 대한민국 최초로 공동주택분야 독일 패시브하우스인증을 취득했다. 본 의원이 노원구청장 재임시절 공모부터 설계, 시공, 입주까지를 주관했던터라 더욱이 감회가 남달랐다.

노원구는 명지대, KCC건설, 서울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계와 건축을 추진했고, 4년 반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2017년 11월 노원이지하우스를 완공했다. 지금은 121세대가 거주하는 국내 최초의 에너지제로주택이다. 

이 주택은 패시브 기술과 액티브 기술의 결합이다. 패시브 기술은 단열성능 강화 등을 적용해 냉·난방 에너지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개념이다. 액티브 기술은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한다. 옥상과 외벽을 덮은 1284개의 태양광패널이 생산하는 전력은 연간 407MWh에 달한다.

입주민들은 이를 통해 냉방·난방·급탕·환기·조명 등 5대 에너지를 자체 충당할 수 있으며, 화석연료 사용 없이도 주거활동이 가능하다. 가전제품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일부 전기만 외부에서 공급받는다.

노원이지하우스는 독일수준의 패시브하우스를 넘어 제로에너지 주택단지로 만들기 위해, 건축설계단계에서부터 태양광이나 지열을 이용하는 액티브 설계 뿐아니라 패시브 기술을 적용한 국내 첫 공동주택 사례다. 다만 단열 성능을 높이는 패시브 주택은 건축비가 일반주택 대비 약 10~15%, 국내 제로에너지등급(1++) 수준은 약 20%, 노원 에너지제로주택처럼 최고 성능(1+++)의 주택은 약 30%가량 더 든다.

그러나 추가된 건축비는 에너지 절감 비용으로 회수되며, 이런 주택이 대중화되면 회수기간이 더 짧아진다. 일례로 지난 7월 24시간 내내 노원이지하우스에서 26~28℃를 유지하면서 지불한 세대 평균 전기요금은 부가세 포함 4만4000원이었다. 일반주택이 동일한 기간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가정한다면 약 열배 이상의 요금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주택이 건축되기 전까지 국내에서는 단열의 핵심자재인 3중 유리 창호가 생산되지 않고 있었다. 또한 98%의 국산제품을 사용하면서도 일부는 주문 제작하거나 개발하는데 애로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노원 에너지 제로주택에 공급하기 위해 국제 수준의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부터 공공부문 제로에너지 건축 인증을 의무화하고 2025년부터 민간부문까지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도가 수요를 만들고, 수요가 기술혁신과 일자리를 가져온다. 아직 에너지 제로 관련 설계와 시공 전문가도 많이 모자라고, 이를 양성할 교육기관도 부족한 편이다. 그렇지만 이런 빈틈이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그린 이코노미(Green Economy) 분야 일자리 창출의 블루오션이기도 한다.

국내 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건축 분야에서 에너지제로주택과 같은 사례가 전국적으로 추진된다면, 지구도 살리면서 건축 분야의 기술혁신과 부가가치 및 많은 일자리 창출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머지 않아 대한민국 모든 주택의 현관문이 단열문으로, 창호는 3중창으로 바뀌고, 햇빛이 드는 모든 곳에 태양광 전지판이 붙는 날이 곧 오게 될 것이라 기대하며, 장차 대한민국 건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서울 노원구병)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