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사자평고산습지’

멸종위기 동물의 낙원

10월 중순부터 억새가 피기 시작하면 경남 밀양시 영남알프스에 등산객이 모여든다. 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운문산, 재약산, 천황산 등 고산 준봉이 경상도 지역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영남알프스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재약산 남동쪽 사면 해발 750m 부근에 사자평습지가 형성돼 있다. 산들늪으로도 불리는 이곳에는 매, 삵, 하늘다람쥐 같은 멸종 위기 동물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과거 사자평습지는 억새 군락지로 유명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화전민이 불을 놓아 나무를 태우고 밭을 일구면서 억새 평원이 됐다. 그러다 1990년대에 화전민이 모두 떠난 뒤 억새가 줄고 습지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사자평습지에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표충사를 들머리로 임도를 따라가는 평이한 코스부터 경관이 빼어나지만 난도가 높은 코스까지 등산로가 다양하고, 울주군 쪽에서 올라갈 수도 있다. 표충사에서 층층폭포를 거쳐 올라가는 코스가 가장 아름답다.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를 이용해 천황산과 재약산을 거쳐서 가는 방법도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1020m 지점까지 단숨에 올라 여유 있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하부 승강장에서 상부 승강장까지 소요 시간은 단 10분. 대다수 탐방객이 상부 승강장에 내려 시원한 전망을 마주하는 순간 감탄사를 터뜨린다. 이어 데크 로드를 따라 10여분 오르면 주변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르고 호젓한 숲길을 조금 더 가면 천황산 정상을 향한 능선에 올라선다.

천황산 정상에서 천황재는 1km, 재약산은 1.8km 거리다. 천황재까지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길도 어렵지 않다. 사방이 억새로 둘러싸인 천황재에는 넓은 데크가 있어 도시락을 먹고 쉬기 좋다. 천황재에서 재약산 가는 길은 험하지 않아도 계속 오르막이라 땀깨나 흘려야 한다. 하지만 정상에 이르면 흘린 땀이 전혀 아깝지 않은 풍경이 선물처럼 주어진다.

광활한 사자평습지가 품에 안길 듯 발밑에서 와락 달려들고, 간월산과 신불산, 영축산 능선이 황홀한 자태를 드러내는 것.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에서 천황산은 1시간~1시간 30분, 재약산은 2시간~2시간 30분 걸린다. 천황산에서 천황재, 재약산, 사자평습지로 이어지는 코스는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3구간 사자평억새길의 하이라이트다.

이제 사자평습지를 거쳐 표충사로 내려갈지, 되짚어가서 케이블카를 탈지 결정해야 한다. 케이블카를 탈 경우, 천황산 정상으로 올라갈 필요 없이 천황재에서 바로 임도를 택하면 한결 수월하다.

어느 길로 내려가든 표충사는 꼭 들르자.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사명대사를 추모하는 유교식 사당이 있는 점이 독특하다. 중심 전각인 대광전은 계단을 올라 가장 안쪽에 자리한다. 대광전과 마주보는 우화루에 앉으면 남계천 맑은 물이 발밑에 흐른다.<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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