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한국인의 ‘먹고 사는’ 식주(食住)에 대한 문제다.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압구정 영동한양1차 전용 64㎡)를 사려면 쌀 몇 가마니(1가마니=80㎏) 가격을 줘야 할까?

정답은 1만 가마니다. 정부의 9·13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8월말 기준으로, 압구정 한양아파트 26평형 한 채는 쌀 1만 가마니 가격에 맞먹었다. 현재 국내 농업기술 수준으로 쌀 1만 가마니를 생산하려면 여의도 절반(1.5㎢)만한 농지가 필요하다. 여의도만한 농지에서 쌀농사를 지어 소출을 팔면, 압구정 소형아파트 두 채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자가 지인들에게 이 질문을 했을 때 정답에 가까운 숫자를 맞추는 사람은 드물었다. 표본이 적어 통계적 유의성을 논할 수 없지만, 연령이 낮을수록 강남아파트 쌀값 대비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짙었다. 강남부동산 불패신화 속에서 자란 젊은이들에게 압구정 아파트는 쳐다보기도 힘든 곳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기 때문일까.

이제 강남 아파트와 쌀값의 상대비교를 과거에까지 적용시켜 보자. 쌀 가격은 한국은행 데이터를, 압구정 한양아파트 시세는 부동산뱅크 시계열 자료를 활용했다. 1988년 8월 압구정 한양아파트 시세는 9000만원 선이었다. 그해 쌀 한 가마니의 도매 평균가격은 8만1937원이었다. 당시 쌀 1098가마니로 20평형대 후반 압구정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는 얘기다.

30년이 지난 올해 8월에는 이 아파트 시세가 18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호가는 19억원 후반대를 웃돌았다. 올해 쌀값도 연말대비 40% 이상 급등하면서 8월 쌀 한 가마니의 전국 도매 평균가격은 17만5800원 수준이다.

결국 지난 30년 동안 강남 아파트 값은 20배, 쌀값은 2배 정도 오른 셈이다. 1988년에는 천석꾼의 반년 농사 소출로 강남 압구정동 소형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었지만, 2018년에는 만석꾼의 반년 소출은 돼야 넘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숫자들은 도시와 농촌 간의 소득 및 자산가치 양극화의 문제를 어렴풋이 보여준다. 쌀값으로 대표되는 농촌의 생산성과 소득은 제자리고, 압구정 아파트값으로 상징되는 서울 부동산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올해 1~10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8.2% 상승해 2008년(9.9%) 이후 1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올 들어 지방 주택가격은 0.8% 떨어져 2004년(-0.8%) 이래 14년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현재 서울 아파트 값이 고평가(혹은 저평가)됐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른 나라 주요도시와 견줘보면 상대적으로 싸다고 볼 수도 있고,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해 오버슈팅 됐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청년들과 지방거주 시민들이 심각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강력한 9.13 대책 이후 강남·용산 등 서울 핵심지 집값이 잡히고 있다.

이제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깡통주택 우려가 나오는 지방 주택시장을 살리고,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안겨줘야 할 때다.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간의 ‘뺄셈’ 부동산 정책을 뛰어넘어 ‘덧셈’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할 수 있을지 이목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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