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무주택 기간이 얼마인가요?” “제가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이 되나요?”

지난달 분양한 새 아파트에 청약을 넣던 지인들이 던진 질문 중 일부다. 부동산정책 기사를 쓰고 청약시장을 돌아다니는 기자도 이 질문에 시원하게 답을 못한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워낙 많이 바뀌었고, 지금도 바뀌는 중이어서다.

기자만 그런 게 아니다.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고객과 대면 상담하는 상담사도 규칙을 다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한  부동산 시행사 대표는 현재 적용되는 청약 규칙을 총망라한 ‘분양업무편람’이라는 두툼한 책자를 손수 만들었다.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려줘 부정당첨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든 것이다. 최근 만났을 때 그는 “이런 시스템이나 안내책자는 정부가 만들어야지 왜 민간기업인 우리가 하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도 이 편람을 이용한다. 하지만, 편람도 이해가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워낙 많은 개정을 거치면서 규칙 자체가 ‘누더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황하게 다들 아는 청약 규칙의 문제를 언급한 것은 현 정부 들어 극에 달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을 말하기 위해서다.

현 정부 들어 무슨 대책, 방안이라고 타이틀을 붙인 거창한 것만 8개. 이후 후속조치들까지 포함하면 십수 건의 부동산정책이 양산됐다. 계속해서 대책이 나온다는 건, 기존 대책들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뜻이며, 두세 달에 한 번씩 바뀌는 정책에 수요자의 혼란과 피로, 분노도 극에 달했다.

12월에도 굵직한 이슈가 대기 중이다. 3기 신도시 후보지 공개, 수도권 광역교통대책 등이 그것이다.

또 불안해진다. 신도시 입지 공개 등이 더 큰 갈등만 낳지 않을까 싶어서다. 현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이나 9·21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포함되거나 거론된 신도시 후보 지역을 보면 안다. 지난달 28일엔 ‘경기·인천지역 13개 지구 연대협의회’라는 단체 명의의 탄원문이 나왔다. 이들은 “군사독재시절에나 가능했던 토지강제수용방식의 주택개발정책을 결사반대하며, 자유시장경제하에서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정책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기를 쓰고 시장을 이기려는 정부와 또 마찬가지로 기를 쓰고 안 지려 하는 시장의 대치가 극한에 치달은 느낌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기가 사는 집 아니면 좀 파시라”고 다그친 다주택자도 버티기로 일관한다. 아무리 강한 규제에도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규제가 커질수록 다주택자는 임대등록사업자로, 절세 목적의 증여로 눈을 돌릴 뿐이다.

무주택 서민은 또 어떤가. 가을 성수기에 정부가 청약제도를 손보면서 서울 및 수도권의 인기 입지 아파트 분양이 줄줄이 연말이나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들 지역에 청약하려고 대기하던 수많은 실수요자가 분노하고 있다. 

일각에선 9·13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이 하락하고 시장이 점차 안정돼 간다고 판단한다. 과연 그럴까. 지금껏 이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에 제대로 ‘약발’이 먹힌 게 없다. 그래서 9·13대책으로 일단 붙들어 맨 시장이 내년까지, 또 그 이후까지 잠자코 있을지는 무척 회의적이다. 그러면 또 정부는 새로운 대책을 들고 나올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파괴하고, 국민의 스트레스와 반발만 키우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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