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당장의 일감 소화 인력보다
성장과 수익성이 보이는 
미래 기대를 가지면 채용을 늘린다 
공무원을 늘리는 공익성 강화보다
민간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기관의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 공공기관은 국민에 대한 서비스 역할 중심으로 공익성을 앞세우라 주문을 했다. 공익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언도 했다. 임기 동안 17만명에 달하는 공공기관 취업자를 늘리기로 했다. 청년들은 고시촌으로 달려갔다. 작년도 기준 18만명의 취업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를 잃은 세대는 30, 40대의 고졸이하 학력자가 주류다.

공공일자리가 양질이라면 일자리를 잃은 주류는 사회 약자로 분류되는 서민층이다. 정부 목표의 30% 선에 머물렀다. 5대 건설사만 해도 1200명을 해고했다. 정부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의 인력을 늘리지만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정부가 54조원의 재정을 일자리 늘리기에 쏟아부었지만 참담한 결과로 돌아왔을 뿐이다.

공익성을 높이면 공공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확신은 큰 오류가 있다. 최근 지방에서 개최되는 회의 참석차 열차를 이용했다. 갈 때는 코레일(공공)이 운영하는 KTX를 이용했고 올 때는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SRT를 이용했다. SRT가 KTX에 비해 요금은 10% 이상 저렴했다. 공익성을 앞세운 KTX 열차는 특실임에도 불구하고 출입문을 힘으로 작동시켜야 할 만큼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게다가 객실에서 운행 상태를 알려주는 모니터도 고장나 먹통이었다. 쓰레기통이 넘쳐흘러도 아무도 돌보지 않았다. 이따금 굳은 표정으로 객차를 오가는 승무원 등 뒤에는 ‘00 반대’ 구호가 새겨져 있었다. 승객이 겪을 불편보다는 승무원의 조직과 이익이 우선인 것처럼 보였다. 돌아올 때 SRT는 요금도 쌌지만 승무원의 표정이 밝게 보였다.

이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코레일은 공익성을 내세워 민영화된 SRT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승객에게 어떤 편익을 더 줄 수 있는지는 없다. 이쯤 되면 공익성과 수익성 모두를 상실하는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공익성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보였다.

공익성보다 수익성을 앞세웠던 정책의 원조는 DJ정부였다. 1996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을 세웠다. 한국전력공사를 발전과 송·배전, 그리고 건설로 불리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한전은 송·배전만을 전담하기로 했고 발전회사를 6개로 분리시켜 경쟁체계로 가겠다는 것이다. 건설은 민간 기업에 위탁하는 게 핵심이었고 발전회사별 생산성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전력거래소도 설립했다. 1개 회사를 7개 기업으로 분리했지만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2~3개 회사로 통합하는 전략이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익성은 사라지고 공익성이 강조되면서 당초의 전력산업구조 개편도 물건너갔다. 6개 발전회사는 건설을 자체적으로 소화시키기 위해 건설본부 조직을 강화시켰다. 건설을 민간 기업에 위탁해 조직을 슬림화시키겠다는 정책이 사라진 자리에 공기업만 비대화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공익성을 강조하면서 공공서비스 역량과 품질을 강화시키기 위한 명분으로 공무원 숫자를 늘리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지속가능성이 전혀 없다. 어느 순간 공익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인력 구조조정부터 시작할 것이다. 공기업의 구조조정은 분명 연장자 순으로 갈 것이 뻔하다. 공공기관이 정부가 요청하는 신규인력 고용 확대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다. 일감은 줄어드는데 직원을 늘리라는 것은 경영을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 될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성을 앞세운 공공기관의 역할과 규모 확대는 경제 성장과는 전혀 무관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도 연관성이 극히 떨어진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일자리 창출은 민간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민간 기업은 존립 자체가 시장을 통한 수익 창출을 기반으로 한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하고 동시에 고용을 넓혀야 한다. 기업은 한계성을 가진 내수시장보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기 시작한다.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 민간 기업은 당연히 채용인력을 늘린다. 기업은 당장의 일감 소화를 위한 인력보다 성장과 수익성이 보이는 미래 기대를 가지면 채용을 늘린다.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도 당연히 펼친다. 일감 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높이는 게 기업 경영의 핵심이다. 자유경제 시장에서 생존하는 기업의 당연한 생리를 존중한다면 현재와 같은 공기업 중심의 공공 서비스 확충으로는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 된다.

국가와 국민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시장 세력을 키워야 한다.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성 강화가 자칫 시장경제를 침몰시키는 우를 범하는 위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세계 역사에서 공공기관이 경제 성장 기적을 이룬 예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기대해 본다.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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