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표준주택 공시가격 산정결과가 발표됐다. 예상대로 공시가격 상승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상승률은 지난해 5.51%에서 올해 9.31%로 증가했고, 서울은 7.92%에서 17.75%로 두 배 이상 올랐다. 강남구, 용산구, 마포구는 30%가 넘게 뛰었고, 일부 주택들은 100%나 상승했다.

표준주택을 근거로 산정하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뛸 것이 자명하다. 정부의 온갖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거래절벽을 걱정하는 판국에, 공시가격만 급등했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공시가격이 폭등하면 세금도 늘어난다. 누진세가 적용되는 종부세와 재산세의 경우 공시가격이 2배 늘어나면 세부담은 2배 이상 늘어난다. 정부는 세부담 상한이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라지만, 세부담 상한이 넘은 부분은 올해가 됐든 다음 해가 됐든 결국 늘어난다.

보유세뿐만 아니라 상속세와 양도세, 토지초과이익세, 개발부담금도 줄줄이 늘어난다. 세금만 오르는 것도 아니다. 재산기준이 있는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도 올라가고, 기초연금 수급자도 줄어든다. 

문제는 국민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공시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가주택일수록 시가반영률이 낮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단독주택은 개별적 특성에 따른 가격 차이가 크고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가를 산정하기 어렵다. 시가를 산정하기도 어려운데, 시가반영률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하다.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원칙과 기준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작년 공시가격이 15억6000만원이던 서울 연남동 한 주택의 경우, 사전 통보 때는 40억6000만원이었는데 이의신청 후 30억3000만원으로 인하됐다. 뭐가 달라졌다고 한 달 만에 10억이 왔다갔다 하는 것인가? 항의한다고 깎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도를 넘은 공시가격 인상은 100% 위헌이다. 첫째, 헌법이 천명한 조세법률주의에 명백히 어긋난다.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자의로 국민의 세부담을 늘리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의 심의 의결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시가격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장관의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결정될 수 있다. 국토부 장관이 국민의 세부담을 좌지우지하는 상황, 그 자체가 위헌이다.

둘째,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을 더 높이겠다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 공시가격은 주변여건, 환경, 물가상승률 등 경제적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주택의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고가 주택 보유자는 지금도 세금을 훨씬 많이 내고 있다. 종부세 세율도 올려놓고, 공시가격까지 폭등시키는 것은 집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폭탄을 두 번 투하하는 것이다.

공시가격을 너무 급진적으로 올려서는 안 된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르는 세금 부담은 모든 국민에게 지워지는 것이다. 재산세가 보편증세의 성격을 가진 것은 물론이요, 고가 주택만 겨냥한다는 종부세도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또, 국민의 세부담을 늘리기 위해서는 객관적 원칙과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기획재정위, 서울 강남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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