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정부는 이른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국 23개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전국은 논란에 휩싸였다. 선정된 사업들의 효용 논란부터 예타 면제 자체를 둘러싼 예타 제도 개선에 대한 지적,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비판과 함께 일각에서는 설을 앞두고 대통령 측근에 쏠린 사업 선정이라며 형평성 논란까지 일었다.

특히 수도권은 경기 북부와 인천 지역의 이른바 접경지역 2개 사업만이 선정됐다. 다수 국민들이 거주하는 경기 남부 지역의 수도권 교통난 개선 사업은 단 한 개도 선정되지 못했다. 한 언론 보도에서는 “새치기”라는 표현이 나왔고, 다른 언론 보도에서는 “예타 면제에 분열된 나라”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국가균형발전의 목적은 분명 모두가 잘 살기 위한 것일 텐데 왜 이리 냉혹하게 수도권~비수도권으로 갈라치는 것인지, 필요한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한 공급이 있는 것이 시장의 원리이고 우리 경제체제일 텐데 왜 최소한의 공급조차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부총리는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필자의 지역구인 시흥만 해도 정부가 추진해 개발 중인 여러 택지 지구들의 입주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데, 교통 대책은 작년 6월 개통된 서해선 소사~원시 구간 외에는 아직 착공된 것이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반응이나 형평성 논란은 당연하다.

물론 상당수 SOC 사업이 포함된 이번 발표에 대해 목마른 건설업계는 일차적으로 반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성과 안정성이 결여된 반짝 특수는 ‘언 발에 오줌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러운 시장의 수요에 따라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하나씩 던져주는 사업에 업계 전체가 매달려야 하니, 이러한 환경에서 업계의 자생력이 향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큰 틀에서는 환영의 뜻을 밝힌 건설업계에서조차 적정한 공사비 지급 문제, 낙수효과의 유효성 확보를 위한 지역업체 참여 문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결국 건설업 생태계 자체가 고사할 수도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SOC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에 대한 관심은 정부 SOC 정책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12월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온수관 파열로 인한 참사가 난 지 이제 고작 두 달 남짓이다. 백석역 이외에도 파열 위험이 있다는 400여곳의 노후 온수관뿐만 아니라, 고도성장 시대부터 건설된 많은 노후 SOC에 대한 조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는 정책에서 보이지 않는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위험의 징후들이 SOC가 이제 우리 사회의 안전에 또 다른 중요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 정부는 체계적이고 일관된 SOC 정책과 예산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할 의지를 확고히 보여야 한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에 적절한 SOC를 신속히 확충하고 오래된 도시기반시설을 비롯한 각종 노후 SOC를 선제적으로 유지·관리하는 데 필요한 계획과 예산을 충분히 수립·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소모적인 차별과 형평성 논란을 없애고 경쟁력 있는 건강한 건설업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온 국민의 안전한 경제사회 활동을 보장하는 길이다. /자유한국당 의원(국토교통위, 경기시흥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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