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에 이어 토지까지 공시지가가 대폭 상승하면서 속상한 사람들이 더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순 올해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에 대한 공시지가를 11년 만에 최대 폭인 9.42%로 올렸다. 그러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불만을 제기한 건수가 지난해(3386건)보다 3배 넘게 증가한 1만1482건이나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다. ‘공시지가가 너무 높게 측정됐다’며 하향을 요구한 사례가 1만1016건으로 전체의 95.6%를 차지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약 3309만 필지의 개별공시지가 산정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각종 조세·부담금 부과 및 건강보험료 산정기준 등으로도 활용돼 토지 소유주는 경제적 부담 증대가 불가피하다. 지난달 말에는 표준주택의 공시지가가 평균 9.13% 상승했다. 여러 면에서 뿔날 만한 사람들의 사정은 충분히 짐작된다.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공시지가 인상률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민단체 경실련은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1000억원 이상에 거래된 대형 빌딩들의 공시가격(땅값+건물값)이 실거래가 대비 3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다수의 시민들이 주로 보유한 아파트가 평균 70% 내외로 공시가격이 책정되는데 반해 재벌대기업이 보유한 대형 빌딩은 공시지가가 낮게 매겨짐에 따라 지난 13년간 막대한 세금특혜를 누려왔다는 지적이다.

공시지가라는 단일 주제를 놓고도 이렇게 서로 다른 의견이 표출되는 건 그만큼 공시지가가 한국 사회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라는 의미다. 세금 액수와 직결되니 어찌 보면 예민한 반응이 당연하기도 하다.

공시지가에 대한 각각의 반응에는 제각각 논리와 근거는 있겠지만 출발은 주택과 땅에서 발생한 자산 가치에 대한 불신과 불로소득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다. 분명 부동산 가치 급등 기간에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이들은 큰 수익을 맛봤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거시적 목적에서 국가의 합법적 과세권을 활용 중이며 앞으로 더 강화해 나갈 조짐이다.

가용 토지가 적고 인구가 대도시 중심으로 밀집된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자산 축적의 아주 중요한 근원이다. 많은 이들이 고도 경제 성장기에 자연스러운 부동산 가치 상승을 통해 사회적 사다리를 타고 계층 이동을 실현했다. 지금도 그 전보다 수는 적지만 계층 상승의 주요 수단 중 하나다.

값이 몇 배 오르고 땅값도 엄청 뛰면서 부동산 시세 상승의 수혜를 받지 못한 이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로 다 표현 못할 정도다. 지인은 부부 싸움으로 이혼 위기까지 갔었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세금 납부액이 늘어나 일정 정도 경제적 부담이 느는 건 맞다. 하지만 그들이 상승장에서 챙긴 수익에 비하면 과도한 세금은 아니라고 보는 게 일반인들의 인식일 것이다.

과한 욕심을 부리지 말자. 과욕 혹은 탐욕이 투자의 가장 큰 적이다. 상당한 수익에 부과된 적정한 세금은 그냥 납부하는 게 조세행정에 대한 합리적인 대처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월24일 표준주택 공시가격 관련 브리핑에서 “부동산 가격은 정확하게, 과세는 공정하게”라는 원칙을 언급했다. 100% 동감한다. 덜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더 가진 사람이 세금을 덜 내는 건 조세 정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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