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의 하강 속도가 심상치가 않다. 경기 하강이 불가피하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침체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건설투자의 동행지표로 볼 수 있는 건설기성액을 보면 1월 중 전년동월대비 9.3% 감소하면서 작년 11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건설기성은 공공 부문이나 민간 부문 모두 동반 침체되는 모습에서 성장동력을 상실한 듯이 보인다. 한편 건설투자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도 1월 중 전년동월대비 41.3%나 감소하면서 앞으로의 건설 경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건설 경기는 말 그대로 불황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해도 건설 경기의 방향성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수수방관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건설업의 파급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다른 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건설 경기가 부진할 때 내수가 좋았던 적은 그리 많지가 않다. 건설투자의 경제적 위상은 부가가치 기준 2018년 전체 GDP의 16%에 달하고 있다. 또한 2018년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3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 경기를 방치할 경우 전체 경제의 성장과 고용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건설 부문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전체 건설투자 방향성을 결정짓는 주택 부문에 대해서 정부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건설 경기의 두 축은 토목과 건축이다. 2018년 기준으로 전체 건설투자에서 토목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에 그치는 반면 나머지 74%는 건축 부문이다. 건축 부문에 대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필요한 시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공공 부문의 흐름은 고무적이다. 공공 건축수주는 작년 1월에 약 4494억원에서 올 1월에는 9076억원으로 두 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에도 역행하지 않으면서 신규 주택에 대한 실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공공주택에 대한 발주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조가 흘러갔으면 한다.

둘째, 그러나 시장에 대한 기존의 정책 기조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건설 경기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주택시장으로의 과도한 유동성 유입은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관련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나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는 오히려 지금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당장은 주택경기에 마이너스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의 건전성이 확보돼 산업과 시장이 모두 안정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리라 생각한다.

셋째, 미분양 문제는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올해 1월 현재 미분양 주택 수는 총 5만9000여 호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6만여 호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2015년 3만여 호대에서 불과 3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는 데에 있다.

특히 이 중 지방의 미분양이 86%를 차지할 정도로 지방에 공급과잉 문제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주택허가면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미분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미분양으로 경영난에 봉착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정부나 공기업 차원에서 할인 매입 또는 담보 저리 융자 등을 통해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경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건설사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가진 차등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SOC 투자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SOC 투자는 장기적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축적이 지속돼야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작년 말에 2019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SOC에 대한 예산을 더 배정했어야 옳았다. 지난 정부들에서 연평균 약 24조원 규모의 SOC 예산이 책정됐던 것과 비교해 보면, 최근에 20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번에 미세먼지와 관련된 추경이 편성된다고 하니 환경 인프라 SOC 투자의 확대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건설업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유휴노동력에 대한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건설업 취업자 수가 그동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올해 1월에 들어서는 감소세로 전환됐다. 일시적일지 추세적일지는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현재 건설시장의 분위기를 봐서는 대규모 실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볼 수밖에 없다.

향후 건설 경기는 솔직히 개인적으로 보면 대세는 비관적이다. 그렇다고 이를 방관하기에는 건설업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막대하다. 할 수 있는 바를 다해서 경착륙에만은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