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하는 분당집과 세 준 잠실집, 그리고 세종에 분양권. 그는 3주택자 같은 2주택자다. 최근 자신이 살고 있던 분당집을 딸부부에게 증여했다. 그리고 이 집에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160만원 월세로 거주하기로 했다.

하필이면 왜 분당집이었을까. 잠실집은 13억원대. 분당집은 9억원대. 딸 부부 공동명의로 증여를 하더라도 잠실은 증여세가 30%, 분당은 20%가 붙는다는 것이 세무사들의 얘기다. 분당집을 증여하면 그만큼 절세할 수 있다. 만약 증여받는 딸 부부가 돈이 없더라도 문제없다. 대출을 받아 증여세를 낸뒤 아버지로부터 받은 월세로 갚아나가면 된다.

1주택자가 된 그는 잠실집도 판다고 내놨다. 9억원까지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 면제가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올해까지만 거주하지 않고 10년 이상 보유하면 80%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는다. 잠실집은 2004년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한 것으로 한번도 들어가 산 적이 없다. 시세차익은 10억원 가량이 되지만 매각에 따른 세금은 1000만원이 안될 것으로 추정된다. 공무원 특별공급을 통해 분양받은 세종집도 프리미엄으로 4~5억원 가량이 붙었다는 후문이다. 8월 입주예정이다.

한 세무사는 이 1가구 2주택자에 대해 “강남에서 흔히 보는 중산층들의 부동산 투자법”이라며 “불법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은 사뭇 다르다. “또 한수 배워갑니다” “부동산 절세법은 고위층이 다가르쳐 준다”는 비아냥이 주를 이룬다. 그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다.

최 후보자는 전형적인 중산층들의 부동산 투자법을 따랐다. 물론 법의 한계를 넘지 않았고 고위공무원으로서 획득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이용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오롯이 이해가 구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국토부 장관자리라서 그렇다.

비단 최 후보자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고위층이 살아온 방식이 그렇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병역기피, 세금탈루 등의 의혹을 피해가기 어렵다. 장관내정자로 통보받았지만 가족회의에서 반대해 뜻을 접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인사청문회때마다 새롭게 알려지는 고위층들의 편법 사례는 서민의 상상을 넘는 경우가 많았다.

세상이 변하면 기준도 바뀐다. 집만 해도 그렇다. 가족의 안식처라기보다 자산을 불려주는 재테크 성격이 커졌다. 집 한 채 더 갖고 있는 게 무슨 투기냐는 목소리가 그래서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한 채’를 곱게 볼 수 없는 것은 부동산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그렇다. 누군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잃는다. 그런 식으로 자산을 축적한 사람에게 공직을 허용하기가 껄끄러운 이유다. 국민이 낸 세금을 월급으로 받는 자리라면 반발짝 정도는 높은 도덕성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권위가 사라진 시대에는 공공의 리더십도 그런데서 나온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 완화정책을 펼 때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은퇴자가 무슨 죄냐’는 논리를 폈다. 그때 모 고위공직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강남 거주자 중 보유세가 부담스러워 집을 팔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그가 의아한듯 말했다. “내 주위 친구들이 다 그래. 나도 그랬고”

장삼이사의 가치관을 갖고 있다면 장삼이사로 살면 된다. 하지만 공공성을 띠는 자리라면 장삼이사로는 안된다. 평균의 도덕성을 가진 후보자들이 다수의 공익을 위해 일할 수 있을까. 비단 최 후보자 얘기만 아니다. 다른 후보자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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