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2018년 12월24일자 기고에서 입찰참가자격제한에는 ‘법률에 의한 자격제한’과 ‘계약에 의한 자격제한’ 두 가지가 있다고 소개드렸습니다. 사실 ‘계약에 의한 입찰자격제한’은 의도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초 입찰참가자격제한은 국가계약법의 사유를 따르도록 했는데, 공공기관이 발주하면서 의도치 않게 법률에 없는 사유를 추가했습니다. 이를 대법원은 행정처분이 아닌 계약에 의한 자격제한으로 해석한 것입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다83182 판결).

‘법률에 의한 자격제한’은 행정처분으로서, 다투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뒤 집행정지를 신청합니다.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 소송을 해야 한다는 제한은 있지만, 법원은 자격제한의 정도가 과도하거나 재량권을 일탈한 경우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에 의한 자격제한’은 다릅니다. 법원은 ‘당신과 일정기간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서 위약벌의 일종으로 봅니다. 그래서 위 자격제한은 다른 공공기관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처분을 신청한 후 입찰참가자격지위확인이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합니다. 전문건설업자로서는 행정소송이 유리합니다. ‘계약에 의한 자격제한’의 경우 그 제한사유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 분명해 공공계약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무효입니다.

제한사유에 해당하는 일이 있다면 가혹하더라도 제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소 가혹한 조건이 있더라도 용인하는 것입니다. ‘계약에 의한 자격제한’의 경우 법원은 당해 공공기관에만 적용되고 다른 기관에는 효력이 없다고 보지만, 그 공공기관이 주된 발주처인 경우 자격제한으로 입는 피해가 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판례와 같이 공공입찰의 자격제한을 순수한 사적 계약법리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공적 사업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데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모든 행위가 용인된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합법적 갑질을 허용하는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계약법의 사유에 한정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행정처분으로서 행정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 법치행정 원리에 맞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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