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건설업자 A는 수십억원의 돈을 가로챈 혐의로 하청업체 대표인 B를 사기죄로 경찰서에 고소했습니다. 담당 수사관은 B의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고 판단해 관할 검찰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담당 검사 역시 수사관과 같은 판단을 내리고, 관할 법원에 B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날 B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졌는데, 건설업자 A도 B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한 진술을 할 수 있을까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경우 담당 검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영장전담 판사는 수사기록을 본 뒤에 구속영장 발부여부를 판단하기는 하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없거나 피해자의 피해 상황 등에 대해서는 질의할 대상이 없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구속영장 발부를 위한 영장실질심사는 비공개가 원칙이므로 피해자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그러나 판사가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피의자의 친족, 피해자 등 이해관계인의 방청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14). 나아가 판사는 구속 여부의 판단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심문장소에 출석한 피해자 그 밖의 제3자를 심문할 수 있습니다(동규칙 제96조의16 제5항).

실무상으로는 피해자 진술 신청서라는 형식으로 근거규정과 피해자 인적사항, 진술의 취지, 피해자의 진술이 필요한 이유, 진술의 예상 소요시간 등을 기재해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면 영장전담 판사는 상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피해자 또는 피해자대리인의 방청을 허용한 뒤 심문하거나 진술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경쟁업체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혐의로 피해회사가 해당 업체의 대표이사 등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로 고소한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판사는 고소인 회사의 대표이사와 피해자대리인의 방청을 허용하고, 고소인 회사의 피해 유무, 피해의 범위 등을 청취한 사례도 있습니다.

요컨대 피해자는 영장전담 판사의 허가에 따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피해자의 피해 상황, 피고소인의 죄질 불량, 피고소인의 사건 이후 태도 등에 대한 진술을 할 수 있고, 위와 같은 피해자 등의 진술은 피고소인의 구속영장발부에 큰 참작사유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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