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응해 자기의 재료로 제작한 물건을 공급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을 ‘제작물 공급계약’이라 합니다. 주문을 받아 가구나 양복 또는 특수 설비·기계를 제작해 공급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와 같은 제작물 공급계약의 경우 계약에 의해 제작 공급해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물건이 특정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돼 도급의 성질을 띠게 됩니다.

제작물 공급계약이 도급의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도급인은 해당 물건을 인도받을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수급인을 상대로 하자의 보수 또는 이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70조. 단 건설공사의 경우에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위 민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건설산업기본법 등에서 별도의 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1년은 제척기간에 해당하므로, 도급인은 위 기간 내에 재판을 통해 또는 재판 외에서 수급인을 상대로 하자 보수 또는 이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구해야 하고, 1년의 기간이 도과하면 더 이상 위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1년의 기간이 도과해 더 이상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수급인이 도급인을 상대로 물품대금 잔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경우라면, 도급인으로서는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예외적으로 위 하자보수비 상당을 물품대금 잔금 등과 상계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8다255648 판결). 도급인과 수급인 쌍방이 서로 상대방에게 채권이 있는 경우라면, 양 채권·채무관계가 정산돼 소멸하거나 추후에 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이고,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신뢰는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따라서 도급인의 입장에서는 설사 1년의 제척기간이 도과한 경우라 하더라도 아직 수급인에게 미지급한 잔금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을 미지급 잔금과 상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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