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의안·예비신청 두고 고심

원전센터 부지선정 추진이 또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원전센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보를 위한 ‘공론화기구’ 구성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시민단체측이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제 공은 다시 정부쪽으로 넘어왔다.

중재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행 부지선정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공론화 기구에서 모든 것을 논의하자’는 것이 골자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선뜻 당과 시민단체의 합의안을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부지선정을 위한 예비신청 마감일이 15일이라 일정을 중단하는데 부담스럽고 어떤 쪽이든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중재안을 곧바로 수용할 경우 정부는 올해초부터 공고하고 추진해온 부지선정 일정을 시민단체 압력에 굴복, 예비신청 마감 코앞에서 중단함으로써 정부의 공신력을 실추시켰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부지선정에 찬성하고 유치청원을 신청했던 지역 주민들에게조차 정부는 ‘못 믿을게 정부’라는 인식을 심화시킬 것도 우려된다.

그렇다고 수용안을 거부할 경우 정부는 여당이 힘들여 이뤄놓은 시민단체와의 합의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은 물론 만약 거부해놓고 예비신청에서 단 한곳 지자체도 신청하지 않는다면 정부로 모든 화살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 일각에선 아예 여당 중재안 수용 여부를 15일 이후에 결정짓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는 예비신청일이 다가와도 신청을 하려는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은데 따라 ‘신청 지자체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가 결론을 미룬다면 ‘지자체장들에게 예비신청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만의 하나 단 한곳이라도 신청을 한다면 공론화 기구 출범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부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덫에 걸린 것이다. 

◇원전센터 유치 반대시위하는 부안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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