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수계 폐지 미룰 일 아니다

중소기업청은 오는 24일 과천 국립기술표준원에서 단체수의계약제도 개선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중기청의 방침은 단체수의계약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간 경쟁제도를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기협중앙회가 중기청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단체수의계약제 폐지를 1~2년간 연기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더욱 꼬여가고 있다. 열린우리당 홍재형 정책위의장은 “중소기업도 살리고 공정경쟁도 일어나는 보완적 방법을 행정부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1~2년 연기하고 보자는 식이다.

‘중소기업도 살리고 공정경쟁도 일어나는’ 방법이 바로 중기청이 제시한 중소기업간 경쟁체제 도입이다. 단체수의계약제를 폐지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공정경쟁을 일으킨다는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단체수의계약제도는 한시라도 빨리 폐지되는게 맞다. 중기청의 정책방향이 백번 옳다. 열린우리당이 분명한 대안도 없이 불쑥 끼어들어 혼선과 차질을 빚는 것은 입만 열면 ‘개혁’을 외쳐온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단체수의계약제는 그간 운영과 관련한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은데다 극소수 조합회원사에게만 특혜를 부여하는 관제 카르텔이란 문제를 갖고있다. 정부는 사기업들의 카르텔에 추상같은 칼날을 들이대면서 장작 스스로는 카르텔을 조장·보호해온 모순을 안고 있다.

지난 65년 도입된 단체수의계약제의 적용품목은 도입당시 181개에서 지난 83년엔 1천474개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계속 감소해 지금은 138개로 축소됐다. 중기단체수의계약제는 당초 중소기업의 판로확보와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제도 적용물품을 생산하는 9만1천34개 중소기업중 14%에 불과한 1만3천개의 조합 회원사에게만 혜택을 부여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물품 편중배정 등 불공정한 제도 운영사례가 많았고 물품배정을 둘러싼 조합원간 내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감사원이 6만여건의 위법·부당사례를 분석한 결과 연고 등에 따라 특정조합원에게만 물량을 배정하는 등 단체수의계약을 지정수의계약처럼 편법 운영하는 사례가 총 70개 조합 6만1천391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중배정을 감추기 위해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은 비제조업체에 물량을 배정한 것처럼 위장한 사례도 108개 조합, 1천138개 업체에 달했고 물량배정을 받고도 중간이득만을 챙기고 하청생산을 통해 납품한 사례도 총24개 조합 384건이 적발됐다. 이밖에 대기업제품 또는 수입품 납품사례, 조합이 물량배정권한을 이용해 계약수수료를 과다하게 징수하거나 임원업체에 물량을 과다배정해 신규업체의 진입을 제한한 사례 등 부조리가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단체수의계약제는 폐지돼야 하지만 중기청의 방안 가운데 불합리한 부분도 발견된다. 중소기업 제품 범위에 물품 이외에 공사·용역을 포함시킨다든지 분리·분할발주가 가능한 건설자재 등에 대해 분리·분할 발주 확대장치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은 완전히 방향이 틀렸다. 단체수의계약제 폐지는 제조업 범주내에서 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24일 공청회 결과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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